지난 21일 찾은 서울 중구 광희동2가 소재 쿠엔즈버킷 건물. 서울 지하철 2‧4‧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부근에 있는 4층짜리 도심 건물 1층 카페를 거쳐 계단을 올라서니 2‧3층에 걸쳐 참기름과 들기름을 짜는 방앗간이 보인다.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볶음기와 착유기, 필터기가 미국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을 포함한 전 세계로 수출되는 참기름, 들기름을 만들고 있었다. 쿠엔즈버킷 박정용(52) 대표는 “원래는 올리브 기름을 짜는 기계”라고 했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원래 섭씨 270~300도의 고온에서 참깨나 들깨를 볶은 후, 착유기를 180도쯤 맞춰놓고 기름을 짠다. 하지만 박 대표의 방앗간에선 150도에서 볶아 70도에서 짠다. 참깨와 들깨 본연의 색과 향을 살리고, 탄 맛을 줄이기 위해서다.
◇올리브유 기계로 짠 참기름, 들기름 전 세계로 수출
”남다른 참기름, 들기름을 만들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볶고 짜는 올리브 기름 기계를 2012년 독일에서 사왔는데, 이제는 이 기계로 짠 참기름, 들기름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올리브 제조 방식을 갖다 써서 이제는 올리브유와 전 세계에서 경쟁할 생각입니다.”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박씨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식품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2009년 전국 향토 농식품 판매 컨설팅 회사로 옮겼다. 강원도 양구 방앗간을 오가며 참기름, 들기름에 눈뜬 그는 2012년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역삼동의 36㎡(약 11평)짜리 반지하 연탄 창고를 빌려 방앗간을 시작했다.
이제 서울 광희동과 전북 익산에 공장을 두고 경북 경산에 연구소까지 있는 연 매출 26억원(작년 기준) 규모의 번듯한 강소(强小) 기업으로 성장했다. 참기름, 들기름 착유기를 커피 머신인 줄 알고 커피 마시러 들른 손님들이 기왕 들어온 김에 참기름, 들기름을 맛봤다. 입소문이 나면서 2013년 갤러리아 백화점 식품관 매대에 쿠엔즈버킷 참기름, 들기름이 깔렸다. 이후 신세계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 마켓컬리 등 새벽 배송 업체로 판로를 넓혔다. ‘팬시 푸드 쇼(Fancy Food Show)’ 등 세계의 식품 박람회에서 유명 레스토랑 셰프, 백화점 바이어의 입맛을 사로잡아 미국 뉴욕의 미슐랭 인증 레스토랑 ‘다니엘’, 홍콩의 고급 수퍼마켓 체인인 ‘시티수퍼' 등에 입점했다. 참기름은 스테이크 향신료나 샐러드 드레싱, 들기름은 가재 요리 등에 쓰인다고 한다. 2018년 1000달러 규모였던 쿠엔즈버킷 수출액은 2019년 3만달러, 작년 4만달러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 “해외 규정 컨설팅, 한류 연계 마케팅 적극 지원할 것”
박씨는 “2012년에 올리브유 착유기를 판 독일 업자가 최근엔 ‘이걸로 참기름, 들기름을 짜 전 세계에 수출하는 사람도 있다’고 홍보하고 다닌다”고 했다.
박씨가 이처럼 참기름‧들기름 한류(韓流)를 쓸 수 있게 된 데는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쿠엔즈버킷의 200㎡ 규모 전북 익산 공장은 2018년 6월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의 국가식품클러스터 임대 공장이다. 국제적 수준의 시설을 갖춘 공장에 입주한 덕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설 인증을 받았고, 수출 길을 텄다는 게 박씨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2, 제3의 쿠엔즈버킷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에 한국 농식품 전용관을 설치하고, SNS(소셜네크워킹서비스)·동영상 등에서 한류 연계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 식품 업체들이 잘 모르는 해외 식품위생 규정 정보 제공에도 나선다. 이 같은 시장 개척 지원을 통해 농식품부는 올해 농식품 수출을 작년(75억6000만달러)보다 7% 늘어난 81억달러로 늘리는 게 목표다.
2016년 64억7000만달러 규모였던 농식품 수출액은 2017년 68억3000만달러, 2018년 69억3000만달러, 2019년 70억3000만달러로 증가해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간 수출 증가세는 코로나19로 인한 유통·소비 환경변화에 대응한 비대면·온라인 마케팅 신속 전환 추진, 물류·검역 등 수출 업체 어려움 해소, 코로나 수혜 품목인 건강·발효·간편식품의 한류 연계 마케팅 및 현지 맞춤형 상품 개발 지원 등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라며 “올해도 농식품 수출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별·품목별 온·오프라인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고, 수출 시장 다변화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공동기획 : 조선일보·농림축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