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하는 정모(27)씨는 배달의민족 앱으로 짜장면을 주문했다가 배달 기사가 달라서 당황한 적이 있다. 배민 라이더 대신 ‘생각대로’ 마크를 단 배달 기사가 온 것이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복잡한 주문·배달 구조 때문이다.
소비자가 배민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이 정보는 바로 음식점에 전달된다. 하지만 배달이 꼭 주문한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음식점이 배달앱에서 주문 정보만 받은 뒤 자체 배달원을 통해 배달할 수도 있고, 생각대로·바로고·부릉 같은 배달 대행 플랫폼에 맡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 배달 대행 플랫폼은 직접 배달은 하지 않고 지역의 배달 대행 업체에 넘긴다. 그러면 지역 배달 대행 업체의 프리랜서 배달 기사들이 음식을 배달하는 것이다.
생각대로는 전국에 885개 지역 배달 대행 업체들과 배달 계약을 맺고 있다. 바로고는 960개, 부릉은 500개 업체와 계약 관계다.
문제는 주문 정보를 가진 플랫폼들이 상대적으로 힘이 세기 때문에 갑질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배달 대행 플랫폼들의 갑질 사례를 적발해 이를 자율 시정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업계 1위인 생각대로는 지역 배달 대행 업체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 거액의 위약금을 물릴 뿐만 아니라 최대 5년간 바로고·부릉 등 다른 경쟁 업체와 계약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지역 배달 대행 업체가 계약을 해지하면 기존에 거래하던 음식점을 상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프리랜서 신분인 지역 배달 대행 업체의 배달 기사가 바로고·부릉 등 다른 플랫폼의 일을 할 경우 별도의 통지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업체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뒀다.
바로고는 지역 업체의 배달 매출이 30% 이상 줄면 계약을 즉시 해지하는 조항을 갖고 있었다. 부릉은 배달 기사가 생각대로, 바로고 등 다른 플랫폼 일을 못 하도록 하는 규정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이번 공정위 조사를 계기로 문제 조항을 삭제·시정하고 배달 기사들이 여러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아 자유롭게 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배민, 요기요 등에 대해서도 불공정 계약 조항을 자율 시정하도록 했다. 배민 등은 사고가 발생하면 배달 기사에게만 일방적으로 배상 책임을 물게 하는 조항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정위가 제재를 하지 않고 자율 시정 조치만 내린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업체 간 계약의 문제인 데다 신생 산업에 대해 자율 시정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