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정유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가 남동발전과 손잡고 수소 발전 시장에 진출한다고 10일 밝혔다. 현대오일뱅크가 수소를 생산·공급하고, 남동발전은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해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최근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공동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기업들이 떠오르는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2050년 탄소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와 SK, 포스코, 한화 등 주요 대기업들은 생산뿐 아니라 유통·저장 같은 다양한 분야에 많게는 조(兆) 단위 투자를 하고 있다.
◇수소 사업에 조(兆) 단위 투자
SK는 최근 그룹 차원의 TF(태스크포스)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구성했다. SK㈜·SK E&S·SK이노베이션·SK건설 등 에너지와 건설 계열사에서 전문 인력 20명을 파견해 TF를 꾸렸다. 이 조직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수소 생산과 유통 등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18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태양광을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한화는 최근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태양광에서 생산한 에너지로 수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에 10조원을 투자하고,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효성은 독일 린데그룹과 합작해 2023년까지 울산에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연간 1만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수소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SK는 올 초 1조6000억여원을 출자해 미국 수소 수전해 전문 기업인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한화도 지난해 12월 미국의 수소·우주용 탱크(보관 용기) 전문 기업인 시마론을 인수했다.
◇절대강자 없는 수소시장 선점 경쟁
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소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전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쥔 기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수소 시장 규모는 2050년 12조달러(약 1경34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 기술 발전은 더딘 상황이다.
현재 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거나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에서 얻는 게 대부분이다. 일부에선 태양광·풍력에서 얻은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서 생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소차와 발전 등 상업적으로 사용할 만큼 충분한 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섭씨 영하 253도 아래에서 액화시켜 유통하는 시장, 이를 활용한 수소차 등 유통·활용 분야도 초기 단계다. 미국 수소차 전문 기업 니콜라가 수소 트럭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가, 사기 논란에 휩싸인 것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호주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생산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며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기술을 먼저 개발한다면 막대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