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아이에스동서는 지난달 금속 폐기물 재활용 업체 타운마이닝캄파니의 경영권을 우회적으로 확보했다. 아이에스동서가 최대 출자자로 참여한 사모펀드가 이 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아이에스동서는 2019년 국내 대표 건설 폐기물 처리 기업 인선이엔티를 인수했고 지난해엔 영남 최대 폐기물 업체 코엔텍과 새한환경을 품에 안았다. 같은 업종의 영흥산업환경, 파주비앤알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2019년 건설 폐기물 중간 처리 전문인 WIK-용신환경개발 4개사에 투자한 데 이어 작년엔 아예 폐기물 처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동부엔텍’을 설립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기존 플랜트 사업부가 소규모로 하던 생활폐기물 처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전문 회사를 차린 것”이라고 했다.

건설사들이 폐기물 관련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폐기물이 급증하며 시장이 급성장하자 건설사들이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폐기물 처리 사업을 키우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각종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건설사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업종이기도 하다.

◇폐기물 업체 품는 건설사

가장 큰 규모로 투자 중인 건설사는 SK건설이다. 지난해 국내 최대 환경 플랫폼이자 소각장·하폐수 처리 시설을 운영하는 EMC홀딩스를 1조원에 매입했다. 올해 초엔 경주에서 매립장을 운영하는 와이에스텍의 잔여 지분을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지난 3월엔 회사 정관에 폐기물 수거·분류·소각·매립사업, 자원 재활용 사업 등을 새로운 사업 분야로 명시하고 환경 사업을 본격화했다.

건설업은 정부 정책에 따라 수주 부침이 크다. 반면 폐기물 산업은 고정 수요가 있고, 경기 변동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건설업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분야인 셈이다. 국내 폐기물 사업은 2017년 말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거부하고, 이후 코로나 확산으로 각종 폐기물이 증가하면서 알짜 산업으로 부상했다. 환경 규제로 새 업체가 진입하기 어렵고 주민 반대가 많아 처리 시설을 지을 만한 땅을 찾기 어려운 점도 기존 업체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한국폐기물협회에 따르면 국내 하루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42만9500t에서 2018년 44만6100t, 2019년 49만7200t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 단가도 오르는 추세다. 코엔텍에 따르면 이 업체 매립 처리 단가는 2018년 톤(t)당 12만2200원에서 작년 24만37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소각 단가도 14만5300원에서 17만6300원으로 높아졌다. 신영증권은 국내 폐기물 시장 규모가 2015년 13조5000억원에서 2019년 17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2025년 23조7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 폐기물 처리까지 ‘일석이조’

국내 발생 폐기물의 40~50%는 건설 폐기물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할 때 건물 철거 과정에서 각종 폐기물이 쏟아져 나온다. 폐기물 처리 단가가 오를수록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과 연관성 있는 신사업 분야를 알아보던 중 해외 투자사들이 국내 폐기물 업체를 인수하던 게 눈에 들어왔다”며 “앞으로 폐기물 처리 단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다른 건설 현장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친환경 사업을 본격화한 SK건설은 지난달 충남 서산에 만드는 산업단지에 폐자원 등을 자체 처리하는 시설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