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표(51)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명함은 두 개다. 하나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함이고, 또다른 명함에는 ‘(주)고바이오랩 대표이사’라고 적혀 있다.
교수와 사장으로서 이중 생활을 하는 고 교수는 국내 마이크로 바이옴 신약 개발 분야에서 학계와 제약업계가 모두 주목하는 인물이다. 그가 2014년 설립한 고바이오랩은 만성 피부 질환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업체다. 건선(乾癬) 치료제인 ‘KBL697’이 작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글로벌 임상2상 승인을 받으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지난 3월 아토피, 천식 증상을 개선하는 신약 후보 물질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완료하는 등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마이크로 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인체에 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뜻한다. 인체 미생물 불균형이 대장염, 아토피피부염 등 각종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에 필요한 미생물을 인체에 주입하는 형태의 치료제 개발이 제약업계의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고바이오랩 사무실에서 만난 고 교수는 “최근 고바이오랩 대표이사 월급이 서울대 교수 월급보다 많아졌다”며 “회사를 키워가면서 동시에 교수로서 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활약할 제자들을 키울 수 있는 게 보람”이라고 했다.
미생물학자인 고 교수가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2012년 안식년을 맞아 마이크로 바이옴 분야의 메카인 미국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로 파견을 가면서부터다.
“MIT와 하버드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유명한 연구소였는데, 매튜 헨이라는 동료 박사가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세레스라는 신생 신약회사로 옮기는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험을 감수할 일이 없는 대학 교수직에서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귀국 이후 창업을 준비한 고 교수는 2014년 8월 서울 서초구에 50㎡(약 15평) 규모 오피스텔을 빌려 고바이오랩을 설립했다. 자신을 포함해 직원수는 3명, 자본금은 5000만원인 작은 회사였지만, 국내 최초의 마이크로 바이옴 신약 회사였다. 신약 개발 붐에 힘입어 종근당 등 대기업의 투자가 이어졌고, 2015년에는 서울대에서 사무실을 내줬다. 현재 자본금 81억원으로 늘었고 직원수는 46명이다.
그는 “대학 교육이나 연구가 산업계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아쉬웠는데, 6년이 넘는 교수 겸 사장 생활로 한을 다소 풀었다”며 “신약 연구개발이 대학 따로 산업계 따로 놀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돼 인류 보건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수 겸 사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