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 일가(一家)가 발표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처리 방안에는 유족들의 상속 지분 비율이 빠져 있어,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주식은 삼성전자(4.1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6%), 삼성SDS(0.01%) 등 약 19조원(상속 가치 기준)어치다. 이 회장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이 주식을 어떻게 나눠 갖느냐에 따라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의 지배 구조가 변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연합뉴스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홍 전 관장은 약 6조3000억원에 이르는 삼성 계열사 지분을, 세 자녀는 각각 4조2000억원을 나눠 갖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인사는 “법정 상속 비율대로 상속 절차를 진행하지는 않았다”며 “홍 전 관장이 자신의 상속 지분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지분은 3남매에게 고스란히 상속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족들끼리 지분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언장이 없기 때문에, 이 회장이 생전에 삼성SDS 지분을 자녀에게 나눠 준 비율인 50%(이재용), 25%(이부진), 25%(이서현)씩으로 나눌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또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는 이 부회장이 갖고, 삼성생명 주식은 이부진·이서현 자매가 주로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구 회장의 ㈜LG 지분 대부분(78%)을 양자인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에게 상속했다. SK그룹에서도 1998년 최종현 회장이 별세했을 때, 유가족이 모든 계열사 지분과 경영권을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상속하기로 합의했다.

故이건희 회장과 가족들 - 2010년 1월 이건희(가운데) 삼성 회장이 가족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 CES를 찾았다. 이 회장 양옆으로 장녀 이부진(사진 맨 왼쪽)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사진 맨 오른쪽)이 걷고 있고, 부인 홍라희(오른쪽에서 둘째) 여사와 장남 이재용(왼쪽에서 둘째) 삼성 부회장이 뒤따르고 있다. 28일 삼성 일가는 고(故) 이 회장 유산 중 현금 1조원과 미술품 2만3000여점의 사회환원 계획을 밝혔으나, 상속 지분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상속 비율을 둘러싸고 일부 가족 사이에서 이견이 제기돼 이날 발표에서 빠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가족 간 원만한 합의로 상속 절차가 마무리 단계이고, 조만간 지분 분할 내용을 계열사별로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 지분 상속으로 대주주 지분 변동이 생긴 삼성전자·삼성생명 등은 그 내용을 분할 합의 후 5일 안에 공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