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백악관의 ‘반도체 대책회의’에 초청을 받았지만, 누가 참석할지 두고 고민에 빠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 백악관이 산업계 리더들과 세계적 반도체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 회의를 오는 12일 열 계획이며, 삼성전자와 글로벌 파운드리,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등을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일 “백악관으로부터 아직 정식 문서로 초청장을 받지는 못했다”며 “회의가 열린다면, 누가 참석해야 하는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DS(반도체) 부문은 김기남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 안팎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의 급부상, 미국의 ‘반도체 동맹’ 구축, 유럽의 반도체 자립 선언, 중국의 반도체 굴기(우뚝 섬) 등 반도체 산업이 최근 격랑에 휩쓸리고 있는데, 이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이 부회장이 백악관 회의에 참석해 삼성전자의 대응책과 투자 전략을 설명할 수 있다면,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며 “미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결성하고 있는 ‘반중(反中) 산업 동맹’에서 한국의 입지도 더 탄탄해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 지난달 19일 맹장이 터져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수술 후 입원 중이다. 최근까지도 미음을 제대로 삼키지 못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사법적 문제 때문에 백악관 초청 주요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12월엔 실리콘밸리 IT 기업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도널트 트럼트가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뉴욕에서 ‘테크 서밋’ 행사를 열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애플 CEO 팀쿡 등과 함께 이 부회장도 초청자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이 행사 직전 이 부회장을 출국금지시키면서, 초청받은 기업인 중 이 부회장만 참석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적 리스크가 개인과 삼성뿐 아니라,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