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으면서 사상 처음으로 비(非)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서울 인구는 감소했지만 경기·인천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본(34.8%), 영국(20.9%), 프랑스(18.2%), 독일(7.4%) 등 주요 선진국의 수도권 인구 비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인구뿐만이 아니다. 지역총생산(GRDP), 지역내총소득(GRNI), 연구 개발비 등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100대 기업 본사 90%, 신용카드 사용액 72%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하지만 수도권의 출산율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해 우리나라 인구 감소의 원인이 되고, 집값 상승 등으로 수도권 생활은 점점 고달파졌다. 수도권의 국가 경제 기여도도 하락하고 있다. 비수도권 시·군·구 소멸 위기 지역은 증가하면서 지방은 신음하고 있다.
올해 출범 17년을 맞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는 지난 24일 세종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가 균형 발전 비전 회의’를 열었다. 국가 균형 발전 주간 두 번째 행사로 수도권 밀집과 비수도권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토 균형 발전 정책 추진 방향 비전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다.
김사열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지방의 초광역 협력을 통한 권역별 전략과 지역 균형 뉴딜로 대표되는 지역 주도적 성장 전략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지역이 주도성을 가지고, 지역에 맞는 성장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그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무엇 때문에 지방이 무너지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지방을 살리고 나라를 살릴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 심화…지방이 신음한다
이날 ‘유연한 권역별 발전 전략’을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에서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지금 지방이 처한 현실은 예전보다 훨씬 절박하다”고 했다. 그는 “2008년부터 균형 발전을 위한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정부·국회가 앞장섰지만, 제도나 입법화는 실패했다”며 “정치적·사회적 합의에 실패했고, 지역과 중앙정부의 엇박자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지역이 주도하는 새로운 광역 협력을 제안하면서 “균형발전위가 지역 광역 협력 프로젝트 업무를 총괄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하고, 광역 협력 확대와 행정구역 통합은 지역 상황에 따라 동시적·단계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진형 한국능률협회 컨설팅3본부장은 지역에서 사업을 발굴·기획하고, 중앙에서 기획·컨설팅을 지원하는 상향식과 하향식 방식의 조화로운 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그는 “균특 회계의 예산 효율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초광역 협력 계정’을 신설하고, ‘특별지방자치단체’ 등 초광역 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경준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메가시티’가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 성장하기 위해 행정·생활·경제·문화 공동체를 조성해야 한다”며 “세 시·도 행정 공동체 조성을 위해 동남권 광역특별연합 구성 계획 등을 포함한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을 제안한다”고 했다. 현재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경제 기반과 행정 체제 통합을 통해 인구 500만~800만명급의 ‘수퍼 지자체’를 만들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정 통합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종합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균형 발전과 광역 통합은 지역과 지역 주민이 주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수관 울산대 교수는 “지역 통합을 통한 균형 발전이 성공하려면 현재와 같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숙의 과정을 거쳐 주민이 선택하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30년이 걸리더라도 시간을 두고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난 뒤 메가시티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종헌 공주대 교수는 “지역 요구 조건에 맞는 모델을 발굴하고 지역이 요구하는 정부 지원의 제도화, 유연한 광역권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통합, 지역과 지역 주민이 주도해야”
‘지역 주도 성장 전략’을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 최상한 경상대 교수는 “지역 균형 뉴딜은 읍·면·동 마을에서부터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범부처 지역 균형 뉴딜 추진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개별 지자체 단위를 포함, 경제·생활권 단위 지자체를 연계하는 초광역 협력 지역 균형 뉴딜 사업을 새롭게 발굴·지원해 지역 활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7년간 지역 산업 육성을 통해 광주 광산업, 강원 의료 기기, 충북 태양광, 전남 에너지 신산업 등 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돼 지역의 자립적 성장 기반 및 불균형 해소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지역 스스로 혁신 역량 제고, 고부가가치 기업 및 투자 집적화, 양질의 일자리 및 소득 증대라는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육성과 지식 서비스 기업 유치·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현재 행정 체제로는 국가 재난 수준의 지역 격차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최소한의 기초 생활 권리마저 붕괴할 우려가 있다”며 “일자리·주거·교육·의료·사회복지·문화·안전·소비 등 어디에 살든 기초 생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 균형 발전 최저 기준선을 정립하고 온전한 지방자치를 통한 지역 주도의 균형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