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정상 영업을 못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16일 국회 앞에서 손실보상을 위한 법 제정과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PC방 운영하다 폐업 진행 중이다. 모든 걸 잃었다. 임대인은 (건물) 초기 원상 복구 요구하면서 보증금 반환도 안 해주고 있다. 빚만 4000만원이 넘는다.”

“코로나로 영업 못하고 빚만 쌓이다 권리금도 못 건지고 쫓겨나게 생겼다. 정부 방역지침 그대로 따른 죄밖에 없다. 손실보상 소급 적용 안 해주면 길거리에 나앉으란 얘기냐.”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은 만큼 정부가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실보상제는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만 20여건에 달하지만, 주요 내용은 코로나 같은 감염병을 비롯해 각종 재해·재난 발생에 따라 정부의 집합금지나 제한 등 적법한 행정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손실을 정부가 보상해 주자는 내용이다. 대다수 법안은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상의 이유를 들어 소급 적용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손실보상법 제정·공포 후에 발생하는 피해 보상에만도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소급 적용까지 할 경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손실 보상 소급 적용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에게 “정부의 책임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재정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또 “(손실보상) 입법을 하는 것 자체가 세계 최초”라고도 했다.

그러나 소상공인으로 이뤄진 ‘소상공인비상행동’은 16일 서울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손실보상제 입법과 소급 적용을 요구했다. 이들은 “700만 자영업자들은 생존권의 위협에도 초유의 감염병 사태를 막기 위한 국민적 동참에 협조해 왔다”며 “그러나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없다’는 청와대와 여당, 중기부 장관의 발언은 소상공인을 두 번 죽이는 살인행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는 코로나뿐 아니라 모든 재난으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코로나로 인한 손실보상은 소급 적용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주장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소상공인 매출액, 2019년 대비 20조 감소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주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피해 보상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난해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정부가 소급 적용해서 손실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승재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의 2019년 대비 매출액 감소는 19조8828억원에 달한다. 지난 1년 정부의 재난지원금 최대 지원금은 1차 고용부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50만원, 2차 중기부의 새희망자금 200만원, 3차 중기부의 버팀목자금 300만원, 4차 중기부의 버팀목자금 플러스 500만원 등 최대 1150만원이다.

국회 산자위는 1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손실보상법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갖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수억원의 피해와 빚더미에 나앉아도 정부의 행정 명령을 순진하게 따랐을 뿐”이라며 “이는 국가가 어떻게든 지켜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그 믿음이 바로 손실보상 소급적용”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또 “소급적용은 헌법 정신이자 국회의 책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