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달 24일(현지 시각) “우리 공급망이 우리를 겨냥한 약점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면서 핵심 부품·소재의 공급망 취약성을 찾아내 보완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스마트폰·배터리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란타넘·이트륨 등 얻기 어려운 17개 원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확보 방안을 찾는 방안도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인 지난해 10월 희토류 자체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정권을 초월해 희토류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코로나 후유증으로 희토류 및 희소 금속 광산 매물이 곳곳에서 쏟아지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코발트 등 34개 전략 금속 공급 안정화를 위한 특별 대책 마련에 나섰다.
4차 산업 혁명으로 수요가 폭증한 소재와 부품을 둘러싼 자원 확보 전쟁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내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는 10년 전의 10분의 1로 급감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니켈·코발트 등 광산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해외 자원 개발이 ‘적폐’로 낙인찍히며 해외 자원 확보전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해외 자원 개발 투자 10년 전의 10%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국내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지난해 해외 자원 개발 투자액은 7억1300만달러(약 8000억원)로 집계됐다. 관련 투자가 정점에 달했던 2011년(70억3100만달러)의 10% 수준이다. 민간 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도 동반 감소세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000억원을 웃돌았던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융자 지원 예산은 올해 349억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주요 원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 증가 기대, 각국 정부가 재난 극복을 위해 쏟아부은 유동성이 맞물린 결과다. 광물공사에 따르면,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의 3월 첫째 주 가격은 t당 1만2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이다. 2018년 아르헨티나에서 3100억원을 주고 리튬 염호(鹽湖·소금 호수)를 인수한 포스코도 덕분에 3년 만에 이 호수의 가치(누적 매출액 전망 기준)가 100배나 뛰며 ‘잭팟'을 터뜨렸다. 배터리 필수 원료인 코발트 국제 가격도 같은 기간 60%, 니켈은 40% 각각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자원 개발을 확대하기는커녕 추진해오던 사업도 접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 멕시코 볼레오와 파나마 꼬브레파나마 구리 광산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명박 정부 때 해외 자원 개발의 부실 여파로 자본 잠식에 빠진 광물공사를 정상화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광물공사가 오는 8월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통합되면 광물공사가 기존에 해왔던 해외 자원 개발 사업 기능은 폐지된다는 점이다.
◇中·日은 해외 자원 개발 열 올려
반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 자원 개발 기업의 지분 인수나 M&A 실적은 107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해외 자원 개발 탐사 예산도 3억달러대다. 일본도 스미토모·미쓰비시 등 민간 기업 20곳을 중심으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일본의 해외 자원 탐사 예산은 2016년 650만달러에서 지난해 1960만달러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꼭 필요한 유망 자산에 대해서는 투자를 늘리는 등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