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및 종사자를 위한 2021년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안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2021.2.24/연합뉴스

코로나발(發)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거나 채용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입 사원을 채용하지 않는 기업은 지난해보다 2배 늘었다. 코로나 쇼크가 취업 시장을 덮쳤던 작년 상반기보다 대기업 취업문이 오히려 더 좁아진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 신입 사원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이 17.3%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은 8.8%였다.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기업은 작년보다 13.8%포인트 증가한 46.3%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전체 응답 기업의 63.6%가 채용 계획이 아예 없거나 경영 불확실성 때문에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채용 계획을 세웠다는 기업이 10곳 중 약 6곳(58.7%)이었다.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는 기업은 36.4%에 그쳤다. 이 중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늘릴 계획인 기업은 10곳 중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은 채용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줄일 계획이다.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롯데그룹도 아직 상반기 공채 일정을 수립하지 못했다.

대기업들이 채용문을 닫아건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불황이었다. 응답 기업 절반(51.1%)은 ‘국내외 경제 및 업종의 경기 부진’ 때문에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종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인건비 지출부터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채용을 꺼리는 두 번째 이유는 고용(노동) 경직성(응답률 12.8%)이었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지난해 12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과 직원이 아닌 노조 관계자의 사업장 출입을 허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노조의 힘이 더 커진 것이 채용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것도 취업 문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올 상반기 수시 채용을 활용하겠다는 기업은 76.4%로 전년 대비 9.7%포인트 증가했다. 수시로만 채용한다는 기업이 38.2%였고, 수시와 공채를 병행하는 기업도 38.2%였다. 정기 공채로만 신입 사원을 뽑는 기업은 23.6%에 그쳤다.

기업들은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더라도 채용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채용 방식을 바꾼 이후 직원 수가 줄어든 기업이 많다. 2019년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9년 정규직 수가 6만6468명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엔 6만6194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LG전자도 같은 기간 3만9442명에서 3만8883명으로 줄었다. 4대 그룹의 한 인사 담당자는 “채용 규모를 정해놓고 뽑는 정기 공채와 달리 수시 채용은 부서별로 필요한 만큼만 인력을 뽑기 때문에 전체적인 채용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목소리는 채용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조사에 응한 기업 35.2%는 대졸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노동·산업 분야의 기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24%), ‘신산업 성장 동력 육성 지원’(21.1%), ‘정규직·노조 등에 편중된 노동 시장 구조 개선’(10.3%)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대학을 졸업한 대졸 취업 준비생들에게 지난해보다 더 매서운 취업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면서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