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요금이 결국 오른다. 택배 업계 3위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가 오는 15일부터 택배비를 13~25% 인상하기로 했다. 여당과 정부가 올 초 택배 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 차원에서 택배사 인건비 부담을 늘리기로 한 것이 시차를 두고 요금 인상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다른 택배사들도 조만간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상태에서 소비자들 ‘배송비’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

22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국내 택배 물동량은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전년보다 21%가 급증, 33억7367만상자였다. 2000만 가구가 거의 이틀마다 한 건씩 택배를 이용했다는 의미로, 택배비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도 그만큼 광범위할 전망이다.

4일 롯데택배가 최근 전국 대리점에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택배비는 9~21% 오른다. 온라인 쇼핑 판매 법인이 소비자 주문 상품을 대량으로 보내는 택배에 적용되는 요금이다. 판매 법인들은 현재 소비자들에게서 배송비 2500원 정도를 받기도 하고, 구매 금액 등에 따라 ‘무료 배송’을 하기도 하지만, 택배비 인상은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에 반영된다. 상자 길이 80㎝ 이하이면서 무게 5㎏ 이하인 ‘기본형’ 택배비가 1750원에서 1900원으로 150원(8.6%) 오른다. 1.8m 이상이거나 28㎏ 이상인 비규격 화물은 99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2100원(21.2%) 오른다. 개인 간 택배 요금은 인상률이 더 크다. 동일 권역으로 보내는 소형 택배비가 4000원에서 5000원으로 25% 오른다.

택배비 인상은 지난 1월 당정이 주도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택배사 비용 부담을 늘리는 방향의 해법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예고됐다. 기존에 택배 기사들이 하던 택배 분류 작업을 택배사가 별도 전담 인력을 뽑거나 자동화 설비를 갖춰 해결하라는 내용이었다. 합의기구는 합의문에 비용 증가에 따른 ‘택배 운임 현실화’도 명시했다.

롯데택배의 요금 인상은 업계로 확산할 전망이다. 한 택배 업체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낮아 비용 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롯데택배가 요금 인상에 먼저 나선 것일 뿐 도미노 인상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작년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은 CJ대한통운 50.1%, 한진택배 13.8%, 롯데택배 13.4%, 로젠택배 7.6%, 우체국택배 7.3%였다.

온라인 쇼핑 관계자는 “택배비가 오르면 판매자들은 ‘무료 배송'을 줄이거나 2500원인 배송비를 3000원으로 올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손실을 보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쇼핑 의존도가 급증한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작년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재작년 대비 19% 늘었다. 맞벌이 부부 김모(41)씨는 “자녀 학용품, 식료품, 화장품 등 웬만한 걸 모두 그때그때 인터넷 쇼핑으로 구매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택배비 인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택배의 경우 현재 택배 분류 전담 인력 1000명을 운용 중이지만 합의문에 따라 택배 기사를 분류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려면 분류 전담 인력이 5000~7000명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당정의 권고를 100% 이행할 경우 택배비는 현재의 1.5배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택배 기사의 과로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하지만 애초 당정이 강압적으로 주도한 합의 자체가 초법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2010년 택배 기사들이 택배사를 상대로 ‘분류 작업 수당’을 요구하며 낸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택배 분류 작업은 회사와 택배 기사 양자 모두를 위한 작업으로 회사가 일방적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