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가 18일 오후 2시5분 서울고등법원에서 시작한다. 선고 결과는 오후 3시 전후에 나올 전망이다. 집행유예 형이 확정되느냐, 재수감되느냐에 따라 자신뿐 아니라 삼성의 앞날도 갈림길에 놓였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승계 관련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판단,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018년 2심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은 존재하지 않았고 묵시적 청탁도 없었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9년 8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뇌물 액수를 2심(36억원)보다 많은 86억원으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유·무죄에 대한 판단 없이 양형만 심리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했던 정준영 부장판사다.
◇집행유예 선고 땐 ‘뉴 삼성’ 탄력
18일 재판 결과는 이 부회장 개인뿐 아니라 삼성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뉴 삼성’ 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2018년 8월 기존 주력사업 이외에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전장을 4대 성장동력으로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180조원 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작년에 사내에 외부인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고,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노조활동 보장, 자녀 승계 포기 등을 공언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들이 공언했던 이런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삼성은 그 동안 시스템반도체와 AI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경쟁기업과 비교해 최근 몇 년간은 대규모 인수합병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수 년 동안 재판에 시달리면서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지 못한 측면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인수합병이나 합작을 통해 신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자유로워지면, 현금만 100조원을 가진 삼성의 인수합병 행보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감 땐 삼성 앞날 또 안갯속
이 부회장이 18일 재수감된다면, 삼성의 앞날은 다시 안갯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형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당 기간 총수 부재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삼성은 2017년 전장·오디오 전문업체 ‘하만’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이 주춤한 상태다. 그 사이 미국의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삼성이 신산업으로 꼽은 전장 산업 분야에서도 애플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발표하고, LG전자가 캐나다 업체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급격히 변하고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승계 등의 현안이 있다. 작년 10월 이건희 회장 사망으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의 상속과 그에 따른 지분구조 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어떻게 상속되느냐에 따라 삼성그룹 전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재계도 판결에 촉각
18일 판결은 삼성뿐 아니라 재계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삼성의 경영에 탄력이 붙으면, 대규모 투자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부회장이 재수감될 경우, 코로나로 힘든 재계에 또다른 악재다. 이 때문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나름의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총수 역할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특히 ‘미래전략실’ 같은 그룹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