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미국 수소 저장 고압 탱크 업체인 시마론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수소 기술 업체를 앞다퉈 인수하며 수소 산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과 자동차 업계도 수소 인프라를 대거 확충하고 있다. 갓 태동한 수소 산업에는 절대 강자가 없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국내 기업들에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잇따르는 투자 소식에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최근 친환경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수소 산업 성장에 대한 대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수소 기술 기업 플러그파워가 테네시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소저장탱크. SK는 1조6000억원을 투자해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고 밝혔다. /SK

◇SK, 美 수소 기업에 1.6조 투자

플러그파워에 대한 SK그룹의 투자는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달 말 투자를 완료하면 SK는 플러그파워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1997년에 설립된 플러그파워는 차량용 수소 연료 전지, 액화수소 플랜트, 수소 충전소 건설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시총은 16조원에 이른다.

SK는 플러그파워의 기술력을 활용해 아시아 수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2025년까지 28만t 규모의 수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수소의 생산·유통·공급을 통합 운영하는 시장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에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시마론 인수를 발표한 한화솔루션은 인수 대금 포함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직접 수소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가 아닌 전통 제조 분야에서도 각 업체가 수소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섰다. 지난달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500만t을 생산·판매해 연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대제철도 연간 3500t 수준인 수소 생산 능력을 10배 규모까지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수소 산업의 원조 격인 현대차그룹은 수소 분야에만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연 50만대 규모의 수소차 생산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 해외 첫 수소 연료 전지 공장도 건설할 계획이다.

◇수익 내려면 기술 극복은 과제

재계의 수소 부문 투자는 그러나 사업화 성공까지 넘어야 할 경제적·기술적 과제들이 적잖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이 2019년 5월 발표한 ‘수소경제의 경제적·기술적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kg당 7000~8000원에 판매 중인 수소 연료 가격을 기준으로 수소 전기차용 전기 가격을 환산하면 kg당 1350원 수준이다. 수소의 생산 원가가 전기보다 높기 때문이다.

수소를 생산해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도 문제다. 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수송하는 과정에서 60% 이상의 에너지가 손실된다. 수소 연료 전지의 촉매인 백금 가격이 1kg당 1억원이 넘는 것도 생산에 부담이다. 수소차의 제조 원가 중 연료 전지가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연료 전지 생산 비용을 낮춰야만 수소차의 보급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사용할수록 성능이 급격히 저하하는 수소 연료 전지의 수명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포스코 경영연구원 정기대 수석연구원은 “2000년대 초에도 전 세계적으로 수소 경제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지만 기술 문제로 열기가 식었다가 최근 다시 재점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소 경제를 넘어 수소 사회로 진입하려면 각 기업이 생산 비용 감축, 유통 인프라 확충, 수소차 가격 인하 등 각종 선결 조건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