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3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직하도록 하고, 유정준 SK E&S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2021년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에서는 46세인 추형욱 SK주식회사 투자1센터장이 임원 승진 3년 만에 SK E&S 사장으로 발탁됐다. SK그룹 측은 “연공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상무·전무·부사장을 ‘부사장’으로 통일하는 등 직급이 아닌 직책·성과 중심의 인사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대식 3연임, 박정호·유정준 부회장 승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하며 SK텔레콤 자회사인 SK하이닉스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지금껏 겸해 온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직은 내려놓는다. SK 측은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인 박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04년 SK중국투자유한공사 대표이사 사장을 시작으로 16년 이상 CEO를 지낸 유 부회장은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에너지설루션 등 성장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게 된다.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CEO들이 유임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E&S에서만 부회장이 배출된 것은 ICT와 에너지 등 그룹 미래 사업에 대한 ‘힘 실어주기’로 해석된다. 염용섭(58)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SK매직은 윤요섭 경영전략본부장을 대표로 새롭게 선임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SK그룹 최초로 의장 3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사장단을 평가하고 회장을 보좌하는 그룹 2인자로서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활발한 인수 합병과 투자를 통해 바이오와 반도체 소재 사업을 발굴·성장시켜 온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계열사 CEO들로 구성된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 검사 출신으로 수펙스추구협의회 자율책임경영지원단 단장 겸 법무지원팀장을 맡아온 윤진원 사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를 없애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에게 위원장 자리를 맡겼다.
◇임원 3년 만에 46세 사장 발탁
2017년 연말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추형욱 신임 대표는 소재 및 에너지 사업 확장에 기여한 공로로 파격 승진해, 유정준 부회장과 함께 SK그룹 주요 계열사인 SK E&S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그는 2010년 SK그룹이 LNG 사업을 처음 기획할 당시 활동한 주축 멤버 중 하나다. 석유·화학 중심인 SK그룹에서 LNG 사업을 처음 기획하며 가스전 투자·LNG터미널 확보·발전소 건립·중국 투자 등을 주도해 그룹 내 에너지 사업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세계 최대 동박 회사인 왓슨과 KCFT(현 SK넥실리스) 인수를 추진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사업을 SK의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추 신임 사장은 SK그룹이 지난 1일 출범시킨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 단장도 함께 맡을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SK E&S가 수소와 재생에너지, 에너지설루션 사업을 아우르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는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 인근(25)씨가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주목받기도 했다.
◇승진 규모 줄었지만 바이오·반도체 소재에서는 신규 임원 쏟아져
올해 SK그룹 신규 임원 규모는 총 103명으로 작년(109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신규 임원 승진자의 3분의 2가 바이오와 반도체 소재 등에서 이뤄져 미래 성장 사업 위주로 인재를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약 100명에 가까운 퇴임 임원 중 60% 이상이 정유·건설 등 기존 사업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임원의 경우 올해도 작년과 같은 규모인 7명이 신규 승진했다.
SK그룹은 이날 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술혁신연구원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산하에 차세대배터리연구센터, 환경기술연구센터를 신설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수평적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기존 대리-과장-부장 등의 직급과 호칭을 폐지하고, 직급을 PM(프로페셔널 매니저)으로 통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