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에 대한 지분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11월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니콜라와 공동으로 수소 전기 픽업트럭 ‘배저(Badger)’를 생산하기로 한 계획도 취소했다. 니콜라의 ‘사기 논란’에도 수개월간 지지를 철회하지 않던 GM이 끝내 발을 뺀 것이다. 2014년 설립된 니콜라는 수소 트럭 비전을 앞세워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9월 미국의 한 공매도 전문 기관이 제기한 ‘사기 의혹’에 휘말린 뒤 의혹을 벗지 못한 채 추락하고 있다. 실체 없던 니콜라의 ‘보증서’ 역할을 해주던 GM마저 발을 빼자 사기 의혹 역시 점점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더는 니콜라와 엮이고 싶지 않은 GM

GM과 니콜라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니콜라의 클래스 7, 클래스 8 세미트럭에 (GM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면서 “이번 협약이 지난 9월 8일 발표된 합의를 대체한다”고 밝혔다. 앞서 니콜라와 맺었던 전면적인 협력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GM은 지난 9월 초 약 20억달러(약 2조3800억원) 상당의 니콜라 지분 11%를 받는 대신 니콜라가 개발 중인 배저의 설계와 제조를 담당하고, 자체 개발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얼티움’과 ‘하이드로텍 연료전지’도 공급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체결한 업무협약으로 수소 연료전지 공급을 제외한 기존 합의 내용은 모두 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GM이 니콜라 지분 인수를 포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GM은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공급에 따른 대가에 대해서도 “니콜라가 자본 투자 비용을 선불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기 논란으로 출렁이는 주식 지분 대신 현금을 받겠다는 걸 명확히 한 것이다.

◇3개월간 더 늘어난 사기 의혹

GM의 투자 철회 결정 배경에는, 3개월이 지났지만 해소되기는커녕 더 커지기만 하는 니콜라 사기 의혹이 있다. 사기 논란은 공매도 전문 기관인 힌덴부르크 리서치가 9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니콜라가 GM과 협약을 맺은 지 불과 이틀 뒤인 이날 힌덴부르크 리서치는 “니콜라가 트럭을 언덕 위에서 굴려서 달리는 수소 트럭 영상을 찍었다” “니콜라의 수소 연료전지 기술은 허풍”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고 관련 증거를 제시했다.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니콜라 사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논란 초기만 해도 니콜라 최고경영자였던 트레버 밀턴은 “공매도 전문 기관의 탐욕이 빚어낸 거짓과 속임수”라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GM은 “니콜라에 대한 적절한 실사를 거쳤다”며 니콜라와의 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밀턴의 반박문이 “당시엔 개발 단계였지만, 지금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취지에 그쳤고, 논란이 제기된 지 열흘 만에 밀턴이 최고경영자와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이후 3개월이 다 되도록 사기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불어나자 GM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계속되는) 니콜라 사기 논쟁은 메리 배라 GM 회장을 짜증 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9월 초 니콜라 투자 결정 당시 직접 나섰던 배라 회장은 이번 투자 결정 철회 때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발표를 대신한 건 더그 파크스 부사장이었다. 블룸버그는 “양사의 파트너십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밀턴 사임 후에는 직접 설계했다던 니콜라 주력 트럭 모델 ‘니콜라 원’ 디자인이 사실 크로아티아의 전기차 디자이너에게 수천달러를 주고 구매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게다가 니콜라 내부적으로도 밀턴이 주도한 사업들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밀턴에 이어 니콜라 최고경영자가 된 마크 러셀은 10월 중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니콜라가 GM 또는 다른 파트너와 생산 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될 경우 배저 생산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포드를 넘어섰던 니콜라 시가총액은 급락했다. 9월 초 GM과의 협력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189억달러(약 20조9000억원)까지 올랐던 니콜라 시총은 GM의 투자 철회 결정 이후인 지난 30일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78억달러(약 8조6000억원)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