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24일 ‘노사관계발전자문위원회’를 열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YONHAP PHOTO-5392>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 방향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경총회관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 방향 토론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용우 경총 상무, 김태기 단국대 교수, 김강식 항공대 교수, 이달휴 경북대 교수, 이정 한국외대 교수,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김희성 강원대 교수, 조영길 법무법인I&S 대표변호사,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 2020.11.2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0-11-02 16:11:00/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리나라 노사관계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입법된다면, 노사간 힘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어 산업과 기업 경쟁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해고자·실업자가 기업별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할 경우 노조 측으로 힘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단체교섭 의제도 기업 내부 문제를 벗어나 정치적·사회적 이슈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이 불가피하다면, 이러한 노조의 단결권 강화에 상응하게 사용자의 대항권도 국제 수준에 맞게 동시에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사용자에게는 파업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대체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시 사업장을 점거하는 행위도 금지해야 한다”며 “사용자에게만 부과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적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개최한 주한 EU 대사단 초청 경총 회장단 간담회 에서도 손 회장은 “한-EU FTA 내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조항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 사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국 내의 협력적 노사관계 확립과 노동법·제도 선진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과, “EU측에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국내 사정을 이해해 주고 우리나라가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이해와 인내로써 도와주길 부탁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문위에서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관련해 “정부 개정안은 풀타임면제자에게만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적용하고 파트타임면제자에 대해서는 적용을 제외함으로써 파트타임면제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사실상 노사의 자율에 맡기려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부안이 파트타임면제자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노사갈등을 야기시키고 실질적인 근로시간면제시간 확대로 귀결될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와 궤를 같이하는 지적이다.

대체근로 금지와 관련해 박 교수는 “장기분쟁으로 경영에 타격을 주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들이 시장 위험 확대에 대처할 수 있도록 현행 대체근로 전면금지 규정을 합리적 범위에서 변경ㆍ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과 관련해선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자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자에 대한 일방적인 형벌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부당노동행위제도와 관련해 형사처벌 조항을 축소 내지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성일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노동환경은 갈수록 노동조합으로 힘의 우위가 기울어져 있고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대변기구를 넘어 정치권력집단으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지배하고 있다”며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만들고 기업활동은 더욱 위축시켜 일자리 감소는 물론 나라경제를 전반적으로 쇠퇴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고자와 실직자들은 이미 해고된 상태라 해고될 위험이 없고, 기업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므로 이들이 노조에 가입해 과격한 조합활동을 한다면 노사관계가 파탄으로 향하고, 산업평화를 크게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노사관계 제도는 해당 국가의 역사, 문화, 법체계, 노사 간 힘의 구조 등을 토대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ILO 핵심협약의 과다 해석이나 도식적인 적용으로 수십 년간의 세월을 거쳐 형성된 현재의 노사간 힘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만약 그런 가능성이 있다면 힘의 균형을 복원할 대응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기본권 강화가 아닌 노조특권 강화법으로 판단된다. 헌법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일반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취지가 있고 국제노동기구의 협약 또한 마찬가지인데 개정안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한국 노동조합은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 노조의 이러한 특권은 노사관계 불안은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절 등 노동시장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지금보다 노동시장이중구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