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뉴시스


+10%, -4.5%.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대기업이 투자한 금액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숫자는 이렇게 2개로 나눠진다. 국내 대기업들은 전년 대비 투자를 10% 늘렸다. ‘+10%’는 여기서 나온 수치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에서 삼성전자를 빼면 이 수치는 곤두박질친다. 삼성전자를 빼면 국내 대기업 투자는 오히려 작년 대비 4.5% 줄어든 것이다.

1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내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362개 사의 3분기 누적(1~9월) 개별기준 실적 및 투자(유형자산 및 무형자산 취득액)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대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69조7182억 원, 53조4941억 원, 투자액은 63조2153억 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까지 대기업집단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각각 4.5%, 3.9% 감소했다. 순이익은 49조6795억 원에서 45조1396억 원으로 9.1%(4조5399억 원) 줄었다. 실적 악화가 지속됐음에도 투자는 작년(57조3174억 원)보다 10.3%(5조8978억 원) 증가했다.

대기업 3분기 투자, 실적 현황 /CEO스코어

하지만 투자 금액의 상당 부분은 삼성이 차지하고 있었다. 삼성그룹은 3분기 누적 22조3310억 원을 투자했는데 작년(14조6450억 원)보다 52.5%(7조6860억 원) 확대했다. SK그룹은 10조1548억 원으로 투자액이 두 번째로 많았지만 작년(12조523억 원)에 비하면 15.7%(1조8975억 원) 감소했다. 이어 LG(6조7461억 원), 현대차(5조9111억 원), KT(2조7001억 원), 포스코(2조4897억 원), GS(1조8342억 원), 롯데(1조4317억 원), 한화(1조1968억 원) 순이었다.

작년과 비교해 1조 원 이상 투자를 늘린 그룹은 삼성이 유일했다. 다음으로 현대자동차(9269억 원), 포스코(8001억 원), GS(3841억 원), 롯데(2216억 원), 현대백화점(1979억 원), 영풍(1687억 원), 네이버(1498억 원) 등이 1000억 원 이상 투자를 늘렸다.

개별기업으로는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삼성전자는 20조8612억 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 투자액은 전체 대기업집단 투자의 33.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투자액을 제외하면 대기업집단 전체 투자액은 42조3541억 원으로 작년에 비해 4.5%(1조9989억 원) 감소하게 된다.

한편 대기업집단 고용 인원은 9월 말 기준 108만47명으로 작년 9월 말(108만8838명)에 비해 0.8%(8791명) 감소했다. 특히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는 101만9881명에서 100만7744명으로 1.2%(8791명) 줄어들었다. 반면 ‘기간의 정함이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6만8957명에서 7만2303명으로 4.9%(3346명) 늘어났다.

그룹별로는 효성이 작년 9월 말 1만5901명에서 올해 2만2453명으로 6552명(41.2%) 늘어 증가인원이 가장 많았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효성의 경우 효성ITX가 9월 말부터 오는 12월까지 정부의 공공데이터 DB 구축을 위한 청년 인턴십 사업 수주로 인해 약 6000명 내외의 인턴 고용 인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삼성과 SK가 각각 3370명(1.7%), 1861명(2.8%) 등 1000명 이상 늘었다. 이외 세 자릿수 증가를 기록한 곳은 현대자동차(960명, 0.6%), 영풍(471명, 13.6%), KG(452명, 31.8%), 셀트리온(342명, 11.7%), 현대백화점(327명, 2.7%), 하림(281명, 6.3%), 네이버(277명, 7,7%), 태광(194명, 6.1%), 다우키움(169명, 8.4%), 한국투자금융(167명, 6.1%), KT&G(114명, 2.3%) 등 11곳이었다.

대기업 3분기 고용 현황 /CEO스코어

1년 새 고용이 1000명 이상 늘어난 곳은 효성ITX(6801명, 96.5%), 삼성전자(3231명, 3.1%), 한화솔루션(3118명, 121.9%), 롯데케미칼(1357명, 41.9%) 등 3곳이었다. 다만 효성ITX는 정부 사업 수주에 따른 인턴 고용,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각각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 한 영향이다. 순수 고용 증가를 통해 1000명 이상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