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이 지난 2분기 각각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국제선 여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은 것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 양대 항공사는 2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양국 항공사의 극명한 실적 차이를 불러온 요인은 무엇일까. 업계는 화물 사업이 양국 항공사 간 희비를 갈랐다고 분석한다. 한 항공업계 임원은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국제 여행의 장기 불황을 예상하고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발 빠르게 화물 사업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면서 “그러나 일본 항공사들은 그동안 화물 사업을 게을리한 데다 사업 전환의 유연성도 부족해 큰 위기를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올해 ANA -5조원, JAL -2조원 적자 전망
지난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ANA의 지주회사인 ANA홀딩스는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사상 최대인 5100억엔(약 5조53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2분기(4~6월)에는 1088억엔(약 1조1800억원) 적자를 봤다. JAL도 2020회계연도에 2300억엔(2조5000억원) 적자를 볼 전망이다. 2분기에는 937억엔(약 1조200억원) 적자였다. JAL이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경우 2010년 법정관리까지 갔다가 2012년 증시에 재상장된 이후 처음 적자를 내는 것이다.
이 같은 최악의 실적은 화물 사업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JAL은 현재 보유 화물기가 한 대도 없다. 이 회사는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화물기 10대를 모두 정리하고 전용 화물기 사업을 접었다. 그 이후 글로벌 항공 여행 호황으로 흑자를 냈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여객 사업에만 집중해온 경영 방식이 실적 부진이라는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NA도 중국에서 미국까지 갈 수 있는 크기의 대형 화물기가 1~2대에 불과할 정도로 화물 사업 비중이 낮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485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에 1151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두 항공사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화물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4.6% 늘었고 아시아나항공도 화물 매출이 95%나 늘었다. 대한항공은 현재 화물 전용기 23대를, 아시아나항공은 12대를 보유하고 있어 ANA·JAL 대비 화물 수송 능력이 압도적으로 크다.
◇한·일 실적 격차 계속 커질 듯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 항공사 간 실적 격차는 앞으로 계속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대한항공은 화물 수송량이 꾸준히 증가하자 지난 4월부터 무급 휴가에 들어간 외국인 조종사 일부를 최근 복직시키면서 화물기 운항에 투입했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2대도 화물 전용기로 개조해 운송에 투입하면서 매출을 계속 늘리고 있다. 증권 업계는 대한항공이 3분기에도 300억원대 흑자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여객기 2대를 화물기로 개조해 수송에 투입했다.
항공 화물 운임이 크게 오른 것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홍콩에서 발표하는 TAC항공운임지수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북미~아시아 노선의 항공 화물 운임은 ㎏당 6.21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로 글로벌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한 화물 운송이 크게 줄어 화물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글로벌 항공사는 화물 전용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화물 전용기를 보유하고 화물 사업 노하우가 있는 국내 항공사들이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4분기에는 각 국가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대규모 세일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성탄절과 연말연시가 겹쳐 화물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