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유언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유언장에 18조원에 달하는 재산 상속 방식을 써놓았다면,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승계 문제와 지배 구조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유언장은 없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업계에선 이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뒤 6년 넘게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유언장을 남기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쓰러지기 전까지 왕성한 외부 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고 이 회장이 죽음을 대비해 미리 유언장을 남길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 회장이 사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유언장을 남겼을 것으로 추측하는 전망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언제나 10년 뒤를 내다보며 사업 전략을 구상해 온 고 이 회장의 치밀한 성격을 감안하면 유언장을 남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 12월 국정 농단 사건 재판에서 “회장님의 유언장 내용이 정확히 어떻게 돼 있는지, 지분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제가 말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해 유언장 존재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유언장이 없을 경우 법정 상속 비율대로라면 아내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이 회장 재산의 33.33%, 자녀인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22.22%씩 물려받는다. 하지만 유언장이 없더라도 홍 전 관장이 이 비율을 따르지 않고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 부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쪽으로 지분 상속의 교통정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 대신 이 회장이 남긴 부동산·예술 작품과 같은 기타 재산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에게 나눠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LG그룹의 경우 2018년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유언장 없이 별세했지만 법정 비율대로 상속하지 않고 유족 간 상의를 통해 구광모 LG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주)LG 주식 11.28% 중 8.8%를 상속받고, 장녀 구연경씨와 차녀 구연수씨가 각각 2%, 0.5%를 받았다. 삼성 측은 “유언장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