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그는 거장이었다.”

27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를 찾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2)씨의 말이다. 이 회장의 장례 사흘째인 이날, 거장을 떠나보낸 거장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27일 오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0.10.27 [사진공동취재단]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을 기리며 이 회장이 만든 호암상(예술상)의 2011년 수상자인 정경화씨는 “이 회장님은 이 나라에 자신감을 주셨다”며 “국제 어디를 나가더라도 ‘내가 한국인이다’ 이런 자신감을 주셨다”고 말했다.

2000년 호암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백건우(74)씨는 “아버님을 잃은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회장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랑한다고···”라고 했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6)씨도 빈소를 찾았다.

예술계뿐 아니라 이 회장이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했던 체육계의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선배 IOC 위원’인 이 회장을 조문한 뒤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직접 가서 상주들께 위로의 뜻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IOC는 26일 스위스 로잔 본부에 조기를 게양했다. 이 회장과 IOC 위원으로 활동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스포츠가 큰 스타 한 분을 잃었다”고 했다.

故이건희 회장 빈소 - 이용섭 광주시장이 27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바쁜 틈을 쪼개 이건희 회장님 조문하고 다시 광주 가는 길이다. 고인과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광주시장으로서 마지막 예를 갖추고 싶었다”고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 페이스북

정·재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계속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 회장은) 우리나라 첨단 산업을 크게 발전시키신 위대한 기업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재계 어르신들이 오래 계셔서 많은 가르침을 주시면 좋은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 회장의) 통찰력이 오늘날의 글로벌 삼성을 만들었다”고 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구자열 LS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택진 NC 소프트 대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이홍구⋅정운찬 전 총리 등도 빈소를 찾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문성현 위원장은 조문하며 "과거 노사 관계가 어려웠을 때 저와 (이 회장은) 다른 입장에 있었지만, 편안하게 가시고 남은 우리가 새로운 노사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 회장의 영결식은 28일 오전 7시 30분에 열리고, 이후 리움미술관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거쳐 장지인 수원 선영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유가족의 뜻에 따라 영결식과 장지 등을 비공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