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저비용항공) 업계가 난기류에 휩싸였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보유 현금을 거의 소진했고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끊기면서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이다. 돈줄이 마른 제주항공은 LCC 업계 최초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신청하기로 했고, 이스타항공은 14일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나머지 LCC업체들도 다음 달부터 무급휴직을 시행해 인건비 절감에 나선다. 한 LCC 업체 임원은 “기안기금을 신청할 수 있는 업체는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지난 9개월간 LCC 업체들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썼기 때문에 앞으로 최악의 경우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LCC 업계 1위도 자금난에 빠져
국내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기안기금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안기금 운용심의위원회는 15일 회의를 열고 기금 지원 충족 요건과 지원 규모 등을 검토한다. 지난 1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제주항공은 기안기금 자격이 된다”고 밝혔기 때문에 심의 통과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으로 국제선 대부분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단기적으로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면서 “기안기금을 받아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소한 뒤, 기금을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8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자금 1506억원을 확보했지만 매달 300억~400억원으로 추산되는 운영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기안기금을 신청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제주항공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657억원, 2분기 영업손실 847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67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7월 제주항공과의 인수 계약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14일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한다. 국내 항공업계 최초의 정리해고다. 이스타항공 재매각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경영진은 지난달 해당 직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 1600여 명에 달하던 직원 수는 희망퇴직·정리해고 등을 거치면서 590여 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스타항공 측은 “현재 보유 항공기가 6대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인력을 감축한 뒤 회사를 매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8개월째 임금조차 못 받은 채 정리해고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임금 250억원을 체불하고 있다.
◇11~12월 무급휴직 잇따라
다음 달부터는 LCC 업계가 모조리 무급휴직에 돌입한다. 지난 3월부터 각 항공사들이 차례로 유급휴직을 시행하면서 정부에서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왔는데, 지원금 지급 기간이 이달 말 만료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유급휴직 기간 동안 기본급의 70% 수준을 받아왔다.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은 13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11월과 12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어서울 관계자도 “아직 사내 공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다른 업체들처럼 무급휴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은 해가 바뀌는 내년 1월부터 다시 신청할 수 있다. 단, 무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은 기본급의 50%(월 최대 198만원)를 고용노동부에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생사기로에 놓인 LCC 업체들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 뛰어들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다음 달 초부터 베트남 호찌민 노선에 국내 LCC 업계 최초로 기내 좌석을 활용한 화물 사업을 시작한다. 화물을 좌석 위에 고정해 운송하는 것이다. 또 진에어도 대형 항공기인 B777-200ER 여객기 1대의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기로 개조해 운영하기로 했다. ‘목적지 없는 비행’ 상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8일 인천을 출발해 광주·여수·사천·부산·포항·예천 등의 상공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는 상품을 출시했고, 에어부산도 이달 30일 일반인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해 강원도·서울·제주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비행을 할 예정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글로벌 항공사들은 잇따라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지원 규모나 대상을 넓히는 쪽으로 항공사 지원 방안을 만들어서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