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코로나 사태 이후 비접촉(언택트)소비 트렌드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다. 월마트는 폭증하는 쇼핑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을 상대로 시급 인상과 보너스 제공은 물론 무료 원격 의료 서비스까지 지원했다. 노인, 기저질환자 등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은 소비자를 위한 별도 쇼핑시간과 의료인력 전용 쇼핑시간인 ‘히어로즈 아워스’도 운영해 고객 안전까지 함께 챙겼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시장 환경과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온라인·비대면 사업 비중을 높이면서 ‘가치사슬 재편’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경영 화두로 직원안전과 사회공헌, 온라인 마케팅, 디지털 전환 등을 꼽을 수 있다.
제품, 매장, 직원의 위생·안전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긴급구호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경영 전략이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소니, 독일 지멘스는 자사 생산 설비를 활용해 코로나 방역용품을 생산하거나 방역 서비스를 제공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기술을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여행·서비스 기업 제이티비(JTB)는 원격근무 숙박상품과 같은 서비스를 개발해 뉴노멀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관광문화 사례를 창출했다. 독일 아우디자동차는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한 디지털 라이브 컨설팅을 선보였다. 인도 통신회사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페이스북과 협업해 모바일결제, 소셜미디어, 게임, 항공·호텔 예약 등 다양한 온라인 분야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수퍼앱 개발에 착수했다. 권평오 코트라 사장은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비대면 중심 기업 활동이 확대되고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뉴노멀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경기도 평택에 새로운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6월에도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5세대 이동통신)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8월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곳에선 업계 최초로 나노(nm·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수준의 초미세공정으로 반도체 회로를 제작하는 기술(EUV·극자외선)이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D램 양산을 시작으로 평택캠퍼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반도체 초격차를 달성하고 미래 반도체 시장 기회를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비대면 방식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특정 장소에서 신차 출시 관련 행사를 해왔는데, 최근 온라인 행사를 전격 도입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4세대 쏘렌토 출시’ ‘7세대 아반떼 세계 최초 공개’ ‘3세대 G80 출시’ 등 핵심 차종들의 론칭 및 공개 행사를 온라인으로 가졌다. 4월에는 ‘7세대 아반떼 디지털 언박싱 및 출시’ 행사도 열었다. 특히 3월 실시한 4세대 쏘렌토의 온라인 론칭쇼는 자유롭게 대화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이뤄졌는데 최고 시청자가 3만6000명을 넘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SK그룹은 혁신을 위한 구체적 실천으로 재무성과 중심의 성장을 넘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일하는 문화 혁신, 사회적 가치 제고 등을 통해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까지 얻는 기업가치 성장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0 확대경영회의'에 참석, “각 사 CEO들은 이 같은 기업가치 구성 요소를 활용해 시장, 투자자, 고객 등과 소통하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반도체∙소재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술, 설비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에너지·화학 분야에서는 친환경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기업가치를 혁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기술격차를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도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어려움 속에도 반드시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가자”고 강조했다. LG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LG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LG 구성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다는 것을 알고, 재택근무·유연 출퇴근제 확대 등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도 힘쏟고 있다. 계열사별로는 코로나의 글로벌 확산과 장기화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생산∙판매전략 등을 마련해 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