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3일 입법 예고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확대에 대해 경영계에선 “다른 선진국은 이 제도들을 도입하지 않거나 제한하려고 하는 추세인데 우리만 유독 이 제도를 확대해 기업을 옥죄려고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독일·스위스·이탈리아·일본 등에서는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 법조인은 “이 국가들에선 발생한 손해보다 더 많은 배상액을 기업에 물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타당성도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2014년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인정하는 미국에서도 최근 캘리포니아·뉴저지·위스콘신·플로리다·조지아·네바다주 등에서 배상 요건을 강화하거나 배상액 한도를 설정하는 식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추세다. 미 연방대법원은 2007년 형법이 해야 할 일을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집단소송제 확대에 대해 재계에서는 “집단 소송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2004년 집단소송제 때문에 매년 2500억달러(약 290조원)가 낭비되고 있다는 백악관 분석 자료가 나오는 등 제도 유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이 제도가 피해자에 대한 효율적 구제 수단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합법적 협박으로 변질된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미국 월마트의 경우 피츠버그 매장에 근무하던 여성 직원 6명이 같은 직종의 남성들보다 임금이 적고 승진 기회도 평등하지 않다며 2001년 집단소송을 제기했는데, 연방대법원이 2011년 집단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결하면서 월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대법원에서 기각되지 않았다면 이 소송은 최대 150만명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성차별 집단소송으로 번질 수 있었다. 앞서 2014년 미국 자동차업체 GM은 잦은 리콜 탓에 중고차 값이 떨어진다며 소비자들로부터 최대 100억달러(11조6000억원)에 달하는 집단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