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을 잡아라.’
요즘 재계에서 가장 ‘핫’한 정치인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이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잇따라 김위원장을 만난다. 박 회장은 22일, 손 회장은 23일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장들이 앞다퉈 김 위원장을 찾는 것은 정부·여당이 주요 국정 과제로 꼽고 있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통과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전경련 권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이 악법으로 보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경제계는 허무함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전경련에서 이미 김 위원장의 입장을 듣고온 마당에 경제단체장들이 계속 찾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까지 든다”며 “기업들의 최후보루였던 보수 야당까지 등을 돌리는 분위기에 경제계는 멘붕(멘탈 붕괴)에 빠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이기기 어렵다고 해도 링 위에서 싸워줘야 할 선수가 싸워보지도 않고 링에서 내려오면 경기 결과에 생존권이 달린 기업과 국민들은 어디에 기대고 누구에게 호소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전속고발제 폐지 등이 포함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특히 국내 대기업이 투기자본과 경쟁사의 먹잇감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8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기 전부터 경제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관련 부처와 기관을 숱하게 찾았다. 지난 16일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경총,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경제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6개 단체는 성명서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통과시 기업의 경영권 위협이 증대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자금이 불필요한 지분 매입에 소진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맞지 않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성명 작성에 참여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짖어도 정부와 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야당마저도 힘을 보태주지 않으니 재계에 핵폭탄급 악재가 될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이어 나중에는 더 심한 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