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禁輸)조치 가능성에 유가가 폭등하면서 간밤 뉴욕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7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37% 내린 3만2817.38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2020년 10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대폭인 2.95% 내린 4201.09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62% 급락한 3만2817.38에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 3대 지수가 급락한 것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우려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으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유럽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장중 한때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독일이 러시아산 원유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배럴당 3.2% 상승한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 측은 원유 수입 조치가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FRA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전략가는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지속할수록 더 많은 투자자가 주식에 대한 노출을 줄일 것”이라면서 “불확실성은 투자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했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성장이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캐시 보스탄칙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매체 CNBC에 “주식시장은 유가를 포함한 대규모 상품 공급 충격과 씨름하고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인플레이션 충격이 아닌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가 침체하면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투자한 미국 주식 ‘톱30′ 종목들도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메타(-6.29%), 아마존(-5.62%), 알파벳 A(-4.19%), 마이크로소프트(-3.78%), 애플(-2.37%)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내려갔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4분기 전자 상거래 매출이 2576억달러에 그쳐 자체 예측치 2700억달러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자 상거래 대표 기업인 아마존의 주가가 다른 빅테크 기업 대비 더 많이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전자상거래 매출 감소가 오프라인 소매 판매의 부활 때문이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이라면서 “모두가 아마존을 전자 상거래 회사로 생각하지만, 전자 상거래가 아마존의 이익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수익의 74%를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올리고 있다.
엔비디아(-6.91%), TSMC(-5.49%), AMD(-5.04%), ASML(-3.36%)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급락했다. 골드만삭스가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의 확산이 장기적으로 엔비디아가 업계 평균을 능가하는 수익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현재 주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중립’ 등급을 부여했던 것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주 중에선 루시드 주가가 2.39% 올랐고, 니콜라는 보합이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업체들의 주가가 반사 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