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 ‘어닝(실적)’ 시즌이 한창입니다. 미국의 시장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S&P500 기업 중 168개가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 중 77%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 평균인 65.9%보다는 높지만, 최근 4개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 평균인 83.9%보다는 낮은 수치로, 최근 경향을 감안하면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이 아주 높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투자한 미국 주식 ‘톱30′의 지금까지 실적은 어떨까요. 미국 주식 정보 플랫폼 서학개미봇에 따르면, 현재까지 톱 30중 8개의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 중 보잉만이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서학개미봇에 따르면 보잉은 지난 26일(이하 현지 시각) 분기 주당 순이익(EPS)이 -7.6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 전망치 -0.09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였습니다. 보잉의 787 드림라이너의 생산이 지연되면서 비용이 증가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실적이 나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당분간 주가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성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올해 하반기 737MAX 기종의 중국 인도 확대와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787MAX 기종 인도 재개 승인 이후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적을 발표한 8종목 중 EPS가 시장 예상치를 가장 많이 웃돈 종목은 ASML이었습니다. ASML은 5.02달러의 EPS를 기록, 시장 예상치(4.31달러)를 16.47% 웃돌았습니다. 올해 초 베를린의 ASML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호실적’을 보인 것입니다. 당분간은 실적 성장 전망도 밝습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상황에서 삼성전자, 인텔, TSMC 등이 막대한 투자에 나서는 만큼, 이 회사들을 고객으로 둔 ASML도 매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모닝스타 아비나브 다부루리 연구원은 “인텔과 TSMC의 견조한 수요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탄탄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비 EUV 시스템 매출도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장 예상치를 두 번째로 많이 웃돈 종목은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였습니다.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EPS는 2.54달러로 시장 예상치(2.26달러)를 12.39% 웃돌았습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2022년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7일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올해 어떤 신차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선임 시장 분석가는 “테슬라는 분명히 주가 상승추진력을 잃고 있다”면서 “경쟁사들이 테슬라를 따라잡으려 하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2만 달러 중반대의 자동차를 내놓지 못한다는 것은 향후 성장 전망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음은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었습니다. 애플은 2.1달러의 EPS를 기록, 예상치(1.88달러)를 11.7% 웃돌았습니다. 분기 매출액도 1239억달러를 기록,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애플은 공급망 문제로 4분기 피해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팀 쿡 애플 CEO도 4분기에 피해가 커졌다고 밝혔지만, 기록적인 실적을 냈습니다. 반도체 부품 공급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만, 애플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13에 대한 높은 수요와 M1 칩을 탑재한 맥과 다양한 제품군에서 안정적으로 수요가 증가가 실적 상승을 끌어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네 번째는 마이크로소프트(MS)였습니다. MS는 4분기 2.48 달러의 EPS를 기록, 예상치(2.31달러)를 7.36% 웃돌았습니다. MS의 실적은 MS오피스 365, 애저(Azure)등을 포함한 클라우드 부문이 이끌었습니다. MS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아마존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최근 MS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제작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MS의 게임 사업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MS는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운영 중인데, 블리자드의 수많은 ‘히트작’이 게임패스에서만 제공된다면, 게임패스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클라우드 부문의 실적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5위는 비자, 6위는 TSMC, 7위는 AT&T였습니다. 이들 기업의 EPS는 시장 예상치를 각각 6.47%, 2.68%, 2.63% 웃돌았습니다. 우선 비자의 경우 코로나로 위축된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당분간 실적은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 시장분석기업인 모펫네이선슨의 리사 엘리스 애널리스트는 “느린 속도지만 해외여행이 회복되고 있어 향후 2~3년간은 비자의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TSMC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400억~440억달러(약 48조~52조원) 규모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수년간 연 매출 증가 예상치도 기존 10~15%에서 15~20%로 올리고, 매출 총이익 장기 목표치도 50% 이상에서 53%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공격적인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수십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인텔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참전하면서 경쟁이 격화하는 것이 변수입니다. AT&T는 지난해 5월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면서 OTT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신규가입자 증가폭이 둔화하는 등 OTT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오는 만큼, AT&T의 실적 개선세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역시 ‘톱 30′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우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2월 1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27.4달러의 EPS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이를 얼마나 웃돌지가 관심사입니다. 이날엔 AMD와 페이팔, 스타벅스 등의 기업도 실적을 발표합니다.
다음날인 2일엔 메타가 실적을 발표합니다. 시장에선 3.84 달러의 EPS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3일에도 아마존이 실적을 발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