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당첨자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중도금이나 잔금, 이주비 등을 일괄적으로 빌리는 집단 대출 규모가 6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공급 절벽으로 집단 대출 수요 자체가 줄어든 여파다. 여기에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해 수요가 있어도 집단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3일 기준 집단 대출 잔액은 145조888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의 152조2192억원보다 6조3311억원 줄어든 규모다. 서울 평균 분양가(19억원)를 고려하면, 분양가의 절반가량을 중도금으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할 때 6664세대에 공급할 수 있는 대출 물량이 사라진 것이다.
올 들어 분양 공급이 위축되면서 집단 대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은 5만345세대로 작년 상반기(7만3643세대)보다 2만세대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는 8604세대까지 줄어들며 공급 절벽이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잔금 대출 수요가 생기는 아파트 입주 물량도 올해 수도권을 통틀어 1만 세대가 안 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도 집단 대출 여력을 대폭 낮췄다. 정부는 작년 ‘6·27’ 대책을 통해 잔금과 이주비 등에 대해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이어 ‘10·15’ 대책을 통해 모든 집단 대출을 대상으로 규제 지역에서 적용하는 담보인정비율을 40%로 낮췄다. 통상 분양가의 절반가량을 치르는 중도금을 대출로 조달하고 싶어도 최대 40%까지만 끌어다 쓸 수 있는 셈이다.
은행들도 정부 규제에 맞춰 집단 대출 공급을 줄이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3~4개 분양 사업에 집단 대출을 공급하겠다고 나섰다면, 요샌 1~2개 분양 사업으로 줄이고 있다”고 했다. 농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올해 초 집단 대출을 늘렸다가 금융 당국의 경고를 받고는 지난달부터 집단 대출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분양 시장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은 규제라도 풀어달라고 아우성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