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서울에서 공시 가격 7억원 정도인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아파트 잔금일에 은행에서 제1종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했다가 되팔아야 등기를 마칠 수 있는데, 이때 드는 비용이 3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에 집을 산 동료들은 200만원이면 된다고 했는데, 1년 만에 1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최근 국민주택채권 할인율이 치솟으면서 주택 구매 실수요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집을 사거나 분양을 받은 뒤 등기를 하려면 국민주택채권을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대환)를 한 뒤 근저당권을 다시 설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통상 국민주택채권은 매입 직후 금융사에 바로 되판다. 만기가 5년인 국민주택채권 표면 금리가 연 1% 수준으로, 만기까지 들고 있어 봤자 목돈이 묶이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때 금융사는 국민주택채권을 팔았던 가격 그대로 사는 게 아니라, 할인된 가격으로 회수한다. 주택 구매자는 할인된 수준만큼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주택채권 할인율 5년 새 가장 높은 수준
6일 주택도시기금에 따르면, 제1종 국민주택채권 할인율은 이날 기준 13.6%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국민주택채권 할인율은 13% 후반에서 14%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4월 기준 할인율이 9% 수준에 머물렀던 것보다 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과거 수치가 공개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민주택채권 할인율이 뛰면 집을 사는 사람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 국민주택채권 의무 매입 비율은 지역과 공시 가격에 따라 13~31%로 정해진다. 여기에 할인율만큼 깎아서 금융사에 되팔기 때문에, 그 차액만큼을 지급해야 한다.
가령 서울에서 공시 가격 10억원짜리 집을 샀을 경우 공시 가격의 3.1%인 3100만원어치 국민주택채권을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이를 곧바로 되파는 과정에서 이날 기준 할인율(13.6%)을 적용하면 421만4000원을 은행에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작년 4월에 공시 가격 10억원짜리 집을 산 경우라면 할인율(9%)이 더 낮기 때문에 270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1년 새 할인율이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150만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채권 금리 오르자 국민주택채권 할인율도 치솟아
국민주택채권을 단순히 샀다가 되파는 일만 하는 데도 금융사가 할인율을 적용하는 건 ‘기회 비용’을 따지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현재 기준 금리가 연 3% 이상인 일반 국채 5년물 대신 금리가 연 1%에 불과한 국민주택채권을 사들였다. 이렇게 되면 금융사 입장에서 손해를 본 셈이기 때문에, 그 손해분만큼을 뺀 값에 다시 사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금융사가 포기하는 몫이 커지는 꼴이 되므로, 금융사가 적용하는 할인율도 오르게 된다. 작년 말부터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흐름 속에서 국민주택채권 할인율이 치솟은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들이 간과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국민주택채권”이라고 했다.
◇공동 명의면 그나마 부담 덜어
기존에 받았던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기할 때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를 하면 저당을 잡는 금융사가 바뀌게 되는데, 이처럼 근저당권 설정이 바뀔 때도 국민주택채권을 대출액의 일정 비율(1%)만큼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3억원짜리 대출을 갈아탈 경우 300만원어치를 매입하고, 현재 할인율을 적용하면 은행에 되팔 때 40만8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부부 등 공동 명의로 집을 사는 경우에는 국민주택채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등기로 설정하는 금액만큼만 각자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공시 가격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부부가 절반씩 자금을 댄 경우, 각자 5억원씩 등기를 설정하는 셈이 돼 의무 매입 비율이 3.1%에서 2.6%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은행에 되팔 때 각자 176만7000원씩만 부담하면 돼, 부부가 합쳐서 낼 돈이 단독 명의일 때보다 70만원가량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