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요소와 인산 등의 수급이 어려워지며 화학 비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고양 한 농자재 센터에 요소 비료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은 석유, 가스 등 에너지의 주요 운송로일 뿐만 아니라 중동산 질소 비료의 핵심 운송 경로다. 중동은 질소, 요소 등 비료 핵심 원료의 주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비료 공급망도 흔들리면서 비료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이는 다시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료는 곡물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비료 가격 상승은 곡물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이어 “비료 공급 감소로 (농가의) 비료 사용이 지연되면서 곡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농부들도 옥수수처럼 비료를 많이 쓰는 작물에서 비료를 적게 쓰는 콩 등의 작물로 전환하는 점도 곡물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5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동 지역 요소 수출 가격은 t당 670달러로 전달 대비 38.1% 올랐으며, 작년보다 172.3% 상승했다. 지난달 세계 질소 비료 가격도 전달보다 35.2%, 작년보다 168.6% 올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은 전달보다 2.4% 상승하는 등 식량 가격은 이미 오름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인한 비료 수급 차질로 올해 2분기(4~6월) 밀·옥수수·콩·쌀 등 국제 곡물 선물 가격이 전 분기 대비 6.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역시 요소에 대한 중동 의존도가 높은 만큼 향후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곡물 가격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 이후 수입선을 다변화했는데, 그에 따라 오히려 중동 지역 요소 비료 의존도가 43.7%쯤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여오는 물량이 38.4%를 차지한다.

문제는 추가 상승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 말까지 사용할 비료 물량은 이미 계약이 완료됐다”면서도 “다만 8월 이후 물량은 유가와 환율, 해상 운임 상승이 반영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 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비료 가격과 곡물 가격이 시차를 두고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