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 6000선을 돌파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의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가량 증가했다. 매출액 또한 전년보다 6%넘게 상승하며 외형적인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개선의 이면에는 반도체 산업 호조라는 특수성이 짙게 깔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두 반도체 대표 기업의 실적을 덜어내고 보면, 상장사들의 실제 영업 실적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집계됐다.

◇ 코스피 연결 영업이익 25% 증가… 반도체 쏠림 뚜렷

한국거래소가 2일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2025사업연도 결산실적’에 따르면 626개 상장사(금융업 등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연결재무제표 기준)은 3082조7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6.0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4조78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5.39% 늘어났고, 당기순이익은 189조3910억원으로 33.57% 증가했다. 단순 지표상으로는 뚜렷한 실적 성장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전체 코스피 상장사 매출의 13.9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실적 증가 폭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들 두 기업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652조83억원으로 전년보다 4.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153조9808억원)과 당기순이익(101조2363억원) 증가율 역시 각각 10.76%, 15.64%에 머물러 전체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순이익 기준 흑자를 낸 기업 수도 471개사로 전년(485개) 보다 14개 감소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뉴스1

기업들의 개별 고유 사업 실적을 보여주는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이 같은 착시 효과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분석 대상 714개사의 개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8% 증가한 1611조684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37조477억원으로 29.55%, 순이익은 137조9859억원으로 35.71% 증가했다.

◇ 반도체 빼면 개별 영업이익 마이너스… 업종별 희비 교차

문제는 전체 실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을 뺐을 때다. 두 기업을 제외하면 개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0.46% 감소한다. 본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 또한 69조4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3.69% 줄어들었다. 순이익만 1.9%가량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사실상 코스피 시장 전체의 외형 성장과 이익 규모 확대를 두 반도체 기업이 홀로 이끈 것으로, 나머지 대다수 기업의 기초 체력은 전년만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순이익을 내며 흑자를 기록한 기업의 비율도 소폭 줄어들었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분석 대상 714개사 중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553개사(77.45%)로, 전년도 561개사(78.57%) 대비 8개사 감소했다. 적자 기업은 153개사에서 161개사로 늘어났다.

업종별 실적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개별 실적 기준 20개 업종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3.35%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또 건설(120.27%), 전기·가스(76.59%), 통신(10.25%), 기계·장비(5.82%) 등의 업종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1월 열린 CES 2026에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소개했다./연합뉴스

반면, 전체 업종의 절반에 해당하는 10개 업종은 수익성이 악화했다. 비금속 업종의 영업이익이 47.19% 급감한 것을 비롯해, 운송·창고(-35.48%), 화학(-22.35%), 금속(-18.05%), 운송장비·부품(-17.47%) 등 전통 제조업 기반 산업의 이익 규모가 일제히 축소됐다. 종이·목재 업종의 영업이익은 무려 93.12% 감소했다.

한편, 별도로 집계된 금융업 42개사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5조8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9.94% 늘어났다. 특히 증권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56.39%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폭이 가장 컸고, 금융지주(7.24%)와 은행(1.66%) 등도 이익을 올렸다.

◇ 올해도 반도체 쏠림 계속… 1분기 실적 전망도 ‘양극화’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2026.3.18 ⓒ 뉴스1 김민지 기자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에서도 반도체 쏠림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국내 상장사 243곳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62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5.5% 급증한 수치다.

이번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의 배경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약 36조5000억~39조6000억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10대 그룹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9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의 여파가 이어지며, 분석 대상 146개 상장사 중 약 47%는 3개월 전보다 1분기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가 올해도 시장에 고스란히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