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종량제 봉투 구매갯수 제한 관련 안내문이 놓여있다. /뉴시스

은행들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피해를 본 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53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유가가 뛰고 각종 물자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금융 당국은 은행과 더불어 보험사와 카드사, 투자사 등 금융권을 총동원해 전쟁에 따른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막는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중동 상황 관련 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우선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한 은행권은 중동 사태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53조원 이상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별로 3억~10억원까지 0.8~2.0%포인트 우대 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내주는 식이다. 또 기존에 취급한 대출에 대해 최대 1년까지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주요 지원 대상은 중동 지역 수출입 업체와 중소 협력사 등이다. 일부 은행은 유가나 원자재값이 오르며 피해를 본 일반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이 신용보증기금과 협약을 맺고 일반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우선 유가가 오르면 곧장 피해를 입는 운송업자 등 일부 자영업자부터 지원해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보험사는 중동 사태로 피해를 본 이들을 대상으로 보험료나 보험계약대출 이자 납부를 유예해주고, 차량 5부제에 맞춰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 주기로 했다. 카드사는 치솟은 유가에 대응해 주유 카드 할인 혜택을 확대하고, 대중교통 특화 카드인 ‘K-패스’ 이용 시 자체적으로 환급액을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투자업권은 유가·환율·시장 상황 관련 투자자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중동 지역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공급하는 정책 자금도 4조원 늘려 24조3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금융 부문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다음 달 중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금융 시장 위험 요인을 사전에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TF는 실물지원반·금융시장반·금융산업반 등 3개 실무작업반으로 구성돼 금융위 사무처장이 간사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