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 상단이 3년 5개월 만에 연 7%를 넘어섰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가 오른 여파다. 이 같은 고금리 기조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빚투(대출로 투자)족엔 비상이 걸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27일 기준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410∼7.010% 수준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를 웃돈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작년 11월에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선 이후 4개월 만에 1%포인트만큼 더 오른 셈이다. 작년 말(연 3.930∼6.230%)과 비교하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780%포인트, 0.480%포인트씩 뛰었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5년간 금리를 고정시켰다가 그 이후로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구조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치솟은 영향이 컸다. 작년 말 기준 연 3.499%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7일 기준 연 4.119%로 0.670%포인트나 뛰었다. 은행채 5년물 금리와 같은 시장금리는 작년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면서 꾸준히 오르다가 올해 초 보합세를 보였지만, 최근 중동 전쟁으로 다시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은행채 1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신용대출 금리도 27일 기준 연 3.850~5.530%를 기록하며 작년 말보다 상단이 0.170%포인트 올랐다. 다만 은행채 1년물 금리의 상승 폭(0.414%포인트)에는 미치지 못했다. 신규 코픽스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연 3.610∼6.010%)도 같은 기간 상단이 0.140%포인트 올랐다.

중동 지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유가를 비롯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경우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피벗’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기준 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은 23%까지 올랐다.

이 같은 관측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대출 금리는 더욱 뛸 가능성이 높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 축소와 인상 관측 증가만으로도 시장 금리는 상방 압력을 받게 되고, 그에 연동한 대출 금리도 오르게 된다”고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리가 추세적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대출을 줄이면서 예금과 안전 자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