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이달 달러 대비 원화 평균 환율이 1490원 선에 바짝 다가서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글로벌 통화들과 비교해도 원화의 가치 하락 폭은 최상위권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고환율 현상이 일반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주간 종가 기준 평균 환율은 1498.31원을 기록했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말부터 1998년 초 이후로 가장 높다. 1997년 12월 평균 환율이 1499.38원이었고, 1998년 1월 1701.53원, 2월 1626.75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이후 1998년 3월 1488.87원으로 가라앉았는데, 이달 환율이 18년 만에 이를 뛰어넘는 것이다.

특히 지난주 한주간 평균 환율은 1503.4원까지 올랐고, 23일에는 주간 종가가 1517.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간 평균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선 건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둘째 주(1504.43원) 이후 17년 만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해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가 오른 영향이 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2.6% 올랐다.

하지만 다른 통화들과 비교할 때 원화의 상대적 약세는 더욱 심한 모습이었다.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 폭은 4.72%(뉴욕 종가 기준)로 집계됐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6개국 통화인 유럽연합(EU) 유로(-2.62%)와 일본 엔(-2.58%), 영국 파운드(-1.64%), 스위스 프랑(-3.72%), 캐나다 달러(-1.81%), 스웨덴 크로나(-4.68%) 모두 원화보다 하락 폭이 작았다.

아시아에서 호주 달러(-3.46%)와 대만 달러(-2.11%), 중국 역외 위안(-0.84%) 등도 원화보다 강했다. 태국 바트(-4.84%), 칠레 페소(-5.48%), 러시아 루블(-5.08%),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6.90%) 등만 원화보다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국내 증시가 작년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보이다가 중동 전쟁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환율에도 압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9조8146억원을 순매도해 사상 최대였던 지난달(21조599억원) 기록을 뛰어넘었다. 두 달간 총 순매도 규모는 50조원이 넘는다. 코스피에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심리와, 중동 전쟁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지상군을 파견하는 등 전쟁이 격화할수록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더욱 요동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평균 환율이 1500원 안팎에 형성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중부사령부는 28일 X(옛 트위터)에 “트리폴리 강습상륙함(USS Tripoli) 함대가 27일 작전 구역에 도착했다”고 했다. 해병대 2500명과 해군 1000명 등 총 3500명의 트리폴리 상륙 준비단도 함께 투입됐다. 해병대는 제31해병기동부대 소속으로 그동안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