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부제’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 유가 급등에 대응해 에너지 수요를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실효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절약 노력을 범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나 10부제 등 다양한 수요 절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도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기후부 관계자는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적용 범위와 시기 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은 과거에도 도입된 바 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에는 8기통 이상 고급 승용차 운행과 공휴일 승용차 운행이 전면 금지됐고, 1991년 걸프전 당시에는 약 두 달간 전국 단위 10부제가 시행됐다. 민간까지 포함해 전국적으로 강제 시행된 사례는 사실상 이때가 유일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홀짝제’ 도입이 논의됐지만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에는 공공기관 중심의 제한적 조치에 그쳤다. 2006년에는 공공기관 승용차 요일제가 도입됐고,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때도 공공부문 2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다만 차량 부제가 실제 에너지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시행 중인 공공기관 요일제 역시 지키지 않아도 주차 제한 외에 별다른 제재가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 차량까지 규제를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과태료 등 강제 수단을 도입할 경우 국민 반발이 불가피한 데다, 생계형 운행이나 장거리 출퇴근 등 예외를 폭넓게 인정할 수밖에 없어 정책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서도 임산부·장애인·유아 동승 차량, 장거리 출퇴근 차량 등은 대부분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차량 부제는 과거에도 효과보다 불편이 컸던 정책이다. 예외를 넓게 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 실제 연료 소비를 의미 있게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전면 시행까지 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