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동 상황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문하며 “(고유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일부 계층에) 직접 지원을 하더라도 현금 지원보다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서 전액 소상공인·지역 상권 매출로 전환되면 이중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도 불리는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자체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카드 등 대안 화폐다. 현재 전국 지자체 80%가 지역화폐 정책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국비 예산까지 지원해 역대 최대 규모인 29조원을 발행한다.

이 대통령은 지역화폐를 자신의 대표 정책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성남시장 시절 ‘성남사랑상품권’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경기지사 땐 ‘경기지역화폐’를 발행했다. 작년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지역화폐 예산이 포함된 것도 이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해 5월 20일 대통령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파주시 금릉역 중앙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경기지역화폐 '파주페이' 카드 판넬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 “주유소, 연 매출 30억 넘어 지역화폐 가맹점 안 돼”

그런데 고유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역화폐로 직접 지원을 하려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선 지역화폐를 대다수 주유소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연 매출 30억원 이상 매장은 지역화폐 가맹점에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안전부 운영 지침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 외곽에 있는 아주 영세한 주유소가 아닌 이상, 보통 주유소들은 연 매출 30억원이 넘어 가맹점 등록을 못 한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이런 문제를 토로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장은 최근 충남시장군수협의회에서 “주유소는 자영업자와 농업인, 물류종사자 등 서민 경제와 직결된 기반 업종”이라며 “연 매출 기준만으로 지역화폐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생활 필수재인 유류의 공공재적 성격을 간과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기준을 허물기는 쉽지 않다. 지역화폐의 목적이 해당 지역의 골목 상권과 소상공인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데 있는 만큼 여기에 얽힌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 매출 규정을 풀면, 작은 가게들이 망할 것이라고 반발한다”며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원칙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운동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유가 대책’인데 상관없는 업종 소비 부추길라”

또 다른 문제는 지역화폐의 경우 사행산업·유흥업소 등을 제외하고 소비처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목표는 ‘고유가’로 인한 부담 경감인데, 이에 대한 지원과 별개로 엉뚱한 데 돈이 쓰일 수 있다.

주로 음식점이나 마트를 중심으로 지역화폐가 쓰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액 상위 업종은 ▲대중음식점(40.3%) ▲마트·식료품(16%) ▲편의점(10.8%) ▲병원·약국(8.8%) ▲학원(3.7%) ▲의류·잡화(3.6%)였다. 2020년 긴급 재난지원금의 경우 ▲식당(24.8%) ▲마트·식료품점(22.2%) ▲병원·약국(10.4%)에 많이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지역화폐를 통한 소비 진작이 물가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소비자물가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보다 직접 지원에 초점을 맞추면 물가 관리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추경 편성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지역화폐 활용 방식을 함께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을 통해 지역에 돈이 더 잘 돌게 지역화폐를 활성화해야 할지, 에너지바우처 등 특정 사업에 대해 지급 수단을 지역화폐로만 할지 등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