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6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일대 인적이 드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운대구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37만 6404명으로 부산 구·군 중 가장 많지만, 해운대구는 지난해 신규로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하는 등 청년 유출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김동환 기자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평가 방식을 바꿔 지역균형 가중치를 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도로·철도 등 SOC 사업의 예타 기준 금액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두 배 올린다. 기획예산처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예타 제도 개편 방안을 10일 발표했다.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27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개편이다.

예타는 500억원 이상 대규모 재정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 타당성을 미리 검토하는 제도다. 도입 이후 지금까지 총 1064개 사업에 적용돼 이 중 382개 사업(209조3000억원)을 걸러내며 재정 낭비를 막아왔다.

◇인구감소 89개 시군구 별도 분류…경제성 낮추고 지역균형 높여

이번 개편의 핵심은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평가 기준 변경이다. 현재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 평가하지만, 앞으로는 비수도권 가운데서도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정된 89개 인구감소 시군구를 별도로 분류한다. 이 지역 사업은 경제성(B/C 분석) 가중치를 5%포인트 낮추는 대신 지역균형 가중치를 5%포인트 올려 35~45%까지 높인다. 그동안 예타는 경제성을 중심으로 사업 타당성을 따지다 보니 인구가 줄고 있는 지방 사업은 통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도권 사업도 균형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새로 평가받게 된다. 경제성 가중치를 5%포인트 낮추고 균형성장 평가 항목을 5% 이내에서 신설한다. 기존의 ‘균형발전효과’ 평가 항목은 ‘균형성장효과’로 확대 개편된다. 지금까지는 지역 낙후도나 공사비 투입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 같은 수치로만 따졌지만, 앞으로는 지역의 역사·문화·관광자원의 고유성, 중장기 성장 잠재력 같은 정성적 항목도 함께 평가한다. 문화·관광 분야 사업이라면 지역 예술 생태계의 존재 여부, 국제행사나 지역 축제 등을 통한 미래 방문 수요 창출 가능성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도로·철도 같은 SOC 사업뿐 아니라 문화·관광, 산업인프라 분야까지 유형별로 평가 기준도 새로 마련된다.

◇부처별 자율 평가·정보화 사업 진단형 전환…6월부터 시행

사업 유형에 맞춘 정책효과 평가도 도입된다. 현재는 일자리·생활여건·환경성·안전성 등 SOC 사업 중심의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지만, 앞으로는 각 부처가 사업 특성에 맞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파급효과를 자율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평가 항목을 개방한다.

이 밖에 낡은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단순 교체하는 사업은 예타를 면제하는 규정도 새로 만들었다. 정보화 사업은 타당성 여부만 따지던 방식에서 대안과 보완 사항을 함께 제시하는 ‘진단형 평가’로 바꾸고 조사 기간도 9개월에서 6개월로 줄인다. 예타를 신청하기 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단을 통해 사업을 미리 점검받을 수 있는 제도도 생긴다.

정부는 5월까지 지침 개정을 마치고 6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SOC 예타 기준 상향과 단순 대체사업 면제 신설은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해 법 개정 이후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