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내 증시가 10% 넘게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도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은행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이 하루 수천억 원씩 늘고, 예금에서도 2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며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39조4249억원) 이후 불과 닷새 만에 1조2978억원 늘었다. 실제 영업일 기준으로 보면 사흘 만에 약 1조300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아직 5일간의 통계지만 증가 폭(+1조2978억원)은 월간 기준으로도 2020년 11월(+2조1263억원) 이래 5년 3개월여 만의 최대치다. 당시에는 팬데믹 시기 저금리 환경 속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가 급증하던 때였다.
마이너스통장 잔액 규모는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올라왔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2021년 4월 말 52조895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금리 상승과 가계 대출 규제 여파로 줄어 2023년 2월 이후 줄곧 30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와 증시 상승세가 겹치며 다시 증가해 작년 11월 말 40조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연말·연초 상여금 유입 등으로 39조원대로 줄었지만, 최근 이란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뒤 저가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예금에서도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944조10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7872억원 감소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 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에서도 같은 기간 8조5993억원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