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상장된 A사는 2023년까지 주가가 800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대 주주가 새 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렸고, 투자금 한 푼 없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꾸미려고 허위로 전환사채(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를 발행했다. 주가는 34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최대 주주는 기습적으로 지분을 팔았고, 주가는 다시 800원 아래로 떨어졌다. 결국 이 회사는 작년 6월에 주식시장에서 퇴출됐고,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는 A사 사례를 들면서 투자자들에게 조심하라고 알렸다. 그런데 7월 1일부터 코스닥 시장에 새로운 ‘살생부’ 기준이 적용되면서 이런 회사가 더 많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퇴출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주식 거래가 이뤄지는 30일 동안 주가가 연속으로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이상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증시에서 완전 퇴출된다. 부실 기업을 정리해 코스닥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700원대에 머물던 종목이 불과 이틀 만에 1000원 선을 뚫어내는가 하면, 900원 언저리에 있던 종목들은 단숨에 1000원을 넘어섰다. 벌써부터 ‘1000원 사수(死守)’에 사활을 거는 현상이 나타난다. 코스닥 전체 1820개 종목 가운데 1000원을 넘지 않는 종목은 195개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본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옛 속담에 ‘한식(寒食)에 죽으나 청명(淸明)에 죽으나’라는 말이 있다. 한식과 청명은 보통 하루 차이라, 이러나저러나 매한가지라는 뜻이다. 지금 코스닥 시장의 동전주 처지가 딱 그렇다. 가만히 있다가 상장폐지를 당해 죽으나, 무리하게 주가를 띄우다 걸려서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건 같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무리하게 주가를 띄우려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칫 일반 개미 투자자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좀비 기업을 솎아내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사느냐 죽느냐’ 식의 기준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프로 스포츠처럼 코스닥 시장을 1부와 2부 리그로 나누는 것은 어떨까.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동전주들을 2부 리그 격인 별도의 시장으로 분리해 관리하면, ‘완전한 퇴출’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나 무리수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에게는 해당 종목의 위험성을 명확히 알리는 효과가 있다.
개인 투자자들도 주가가 갑자기 1000원을 돌파하는 종목에 섣불리 올라타서는 안 된다. 동전주에 당하지 않으려면 실적과 전망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