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산업정책이 민간과 위험을 분담하는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5일 국제통화기금(IMF)과 태국중앙은행이 공동으로 주최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과거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정부 주도 방식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 비율이 17%에 달하고, 1년 내 정상화되는 기업은 8곳 중 1곳에 불과하다”면서 “그런데도 (현행 산업정책은)‘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난이 두려워 지원을 중단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비유했다.

그는 “이제는 정부가 기업을 직접 선별하기보다, 민간 금융기관과 프로젝트 위험을 공유하는 온렌딩(on-lending)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자금 공급과 제도 설계에 집중하고, 개별 기업 심사·모니터링은 민간 금융이 맡아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총재는 산업정책과 구조개혁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산업정책이 특정 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수직적 처방이라면, 구조개혁은 노동·연금·규제 등 경제 전반의 마찰을 줄이는 수평적 처방”이라면서 “고령화·저출산 대응,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개혁,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 같은 구조개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한계기업의 신속한 시장 퇴출과 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확보된 자원을 새로운 성장동력에 투입할 수 있다”며 AI 등 전략 산업 육성과 첨단 기술 도입 등 미래 성장 전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