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후, 전 세계 증시가 크게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전쟁 발발 후 처음 열린 미국 증시가 소폭 오른 채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일 S&P500지수는 2.74(0.04%) 오른 6881.62로,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는 80.65(0.36%) 상승한 2만2748.86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오히려 전쟁 후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과거 주식시장은 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이나 악재가 발생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과 맞물리며 빠르게 반등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시장의 핵심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유가 급등이 실물 경제의 펀더멘털을 훼손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증시, 이란 공격 후 사상 최고치 기록
미국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 이스라엘의 주식시장은 2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증권거래소(TASE)의 대표 지수인 TA-35는 전 거래일 대비 4.61% 상승한 4318.50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주 위주의 TA-125 지수 역시 4.75% 오른 4268.43로 장을 마쳐 신기록을 썼다.
무력 충돌 이후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데다, 자국 안보 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제 전문 매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2일 “이번 사태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위협이 상당히 감소할 수 있는 발전적인 상황으로 해석하며 자국 주식을 밀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은행인 하포알림의 수석 전략가 모디 샤프리르는 지난해 주이시 뉴스를 통해 “역사는 이스라엘 경제가 전쟁이나 군사적 사건에서 빠르게 회복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전쟁 이후 이란의 핵 위협이 제거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쟁이 단기에 그칠 경우, 오히려 이스라엘의 고질적인 ‘국가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크게 낮아져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투자자들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1991년 걸프전, 불확실성 해소가 가져온 반등
이처럼 역사적으로 전쟁은 단기적으론 하락을 가져왔지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꺾지는 못했다. 지난 1990년 8월 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 S&P 500 지수는 1.19% 하락했다. 이후 미 증시는 수개월간 조정을 겪었지만, 1991년 1월 17일 다국적군이 본격적인 걸프전을 개시하자 시장은 불확실성의 종료로 받아들였다. 공격 개시 당일 다우존스 지수는 4.5% 이상 급등했고, 1년 뒤 S&P 500 지수는 침공 당일 대비 13.66% 상승하며 충격을 완전히 극복했다.
◇2010년 연평도·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급락 후 저가 매수
비교적 최근인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을 당시에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0.73포인트(2.60%) 하락한 2648.8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3.32% 하락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가 3.34% 급등했고, 코스피 지수 역시 하루 만에 1%대 상승 폭을 보이며 2680선을 단숨에 회복했다. 투자자들이 오히려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에도 다음 날, 코스피 지수는 장이 열리자마자 2.33% 급락했다. 그러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전날 보다 불과 0.15% 하락한 1925.98로 거래를 마치며 하루 만에 낙폭의 대부분을 회복하기도 했다.
◇전쟁 발발 후, S&P500지수 2%·6%·8%씩 올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지난 2일 마켓워치를 통해 공개한 투자 노트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지정학적 위험 이벤트가 주식 시장의 지속적인 하락 변동성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과거 주요 지정학적 위험 발생 후 S&P 500 지수는 1개월, 6개월, 1년(12개월) 뒤 각각 평균 2%, 6%, 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윌슨 전략가는 “이번 중동 사태와 관련해 증시가 진짜 약세장(Bear market)으로 진입하는 시나리오는, 유가가 급격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해 경기 순환 주기를 위협하는 경우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