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6.2.23 ⓒ 뉴스1 김영운 기자

한국은행이 26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8%에서 2%로 올려잡은 데는 반도체 경기 호조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 2024년 연간 2% 성장 이후 2년 만의 2%대 회복이다. 한은은 1분기 0.9%, 2분기 0.3%, 3분기 0.4%, 4분기 0.4%의 분기 성장률을 예상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1700억달러로 400억달러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치였던 1230억달러를 대폭 웃도는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0.2%포인트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0.2%포인트)와 양호한 세계 경제 흐름(+0.05%포인트),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 이연(+0.05%포인트)과 정부 소비·투자 지원책(+0.1%포인트) 등이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내년에는 내수 회복세가 지속되는 동시에 세계 경제 성장세 지속과 반도체 공급 능력 확충 등으로 1.8% 수준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전망치 1.9%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로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율이 둔화되는 시나리오를 전제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은 2.2%로 제시됐다. 수요 압력이 아직 제한적인 가운데 전자기기·보험료 등 일부 품목의 비용 상승 압력으로 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0.1%포인트 높여 잡았다.

◇AI 산업 비관 시 다시 1%대 성장률

시장에서는 앞으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과잉 투자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은은 이를 반도체 수출이 올해 수준의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낙관 시나리오와, 내년 하반기 중 수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하는 비관 시나리오를 각각 제시했다.

한은이 기본 시나리오를 토대로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0%,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1.8%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선 반도체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올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수준으로 지속되는 것을 가정했다. 해당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 성장률은 기본 전망 대비 올해 2.2%, 내년 2.1%로 예상된다.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은 각각 0.1%포인트 상향한 2.3%, 2.1%다.

반면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각각 1.8%, 1.5%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데이터센터 확충 과정에서 전력 부족 등 물리적 병목 현상이 심해지며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율이 올해 중 6% 내외, 내년 중 3% 내외로 빠르게 둔화하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다. 물가 상승률은 내년과 내후년 각각 0.1%포인트 하락한 2.1%, 1.9%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 충분히 과감하지 못해” 반성한 한은

한편 한은 조사국은 이날 이례적으로 ‘경제전망 결과 리뷰’를 통해 과거 경제전망 오차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식 한은 거시전망부장은 “최근 불확실성이 너무 컸던 데 비해 전망이 충분히 과감하지 못했고, 점진적·보수적으로 조정이 이뤄졌다”며 “빠르고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고빈도 지표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례로 그는 “작년 건설투자 부문 성장을 -9.9%로 전망했다면 그 근거가 무엇이냐 했을 테고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해 2·5·8·11월 전망에서 건설투자 부문에 대해 각각 2.8%, 6.1%, 8.3%, 8.7% 역성장을 전망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해 건설투자는 9.9%나 역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