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말 한국의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1.8%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11년(45.2%)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규모 대미 투자로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환위기를 막는 방파제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경제부가 25일 발표한 ’2025년말 대외채권·채무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단기외채(만기 1년 이하)는 1790억달러로 전년말보다 325억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단기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비율은 35.3%에서 41.8%로 6.6%포인트 상승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오어진

단기외채 비율은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바로 갚아야 할 돈을 외환보유액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핵심 건전성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전체 대외채무도 7669억달러로 전년말(6729억달러)보다 940억달러(14.0%) 급증했다.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오는 4월 시작)을 앞두고 외국인의 국채 순투자가 작년 61조9000억원으로 전년(13조8000억원)의 4배 이상으로 폭증한 영향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 규모는 3500억달러에 달한다. 이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그만큼 외환보유액을 쌓을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히 늘지 않는 상황에서 대외채무가 계속 증가하면 단기외채 비율은 상승하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이 비율이 72.4%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이 패닉에 빠졌었다. 절대적인 비율은 금융위기 때보다는 낮지만, 추가 상승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기외채 비율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은행의 단기 외화 유동성 비율인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이 178.4%로 규제 기준(80%)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고, 2022년 이후 이 지표의 변동 범위(33.7~42.3%) 안에 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외환·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통상갈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상황에서 외환 방어 여력이 줄어드는 흐름은 여전히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채권(외국에서 받을 돈)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도 3699억달러로 전년말(3871억달러)보다 172억달러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