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각)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 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즉각 전 세계 15%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인 20일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세계 수입품에 10% 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인 21일 이를 법률상 최대치인 15%로 올리겠다고 했다.
해당 관세는 오는 24일부터 부과되고, 대통령 권한으로 150일까지 유지할 수 있다. 이후에는 미 의회 동의를 거쳐야 관세가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 의지가 재확인된 가운데 글로벌 무역 환경의 관세 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대법원 판결 직후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7.59 수준까지 떨어졌다. 뉴욕 시장에서 1449원 안팎으로 진입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하방 압력을 받으며 1444원대까지 떨어졌다.
대법원 판결로 미국이 그간 징수한 관세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작년 말까지 부과한 관세액은 1335억달러(약 193조원)로, 현재까지 관세액은 약 1750억달러(254조원)로 추산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달러인덱스는 낙폭을 소폭 회복했다.
상호 관세에 제동이 걸리자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상승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10% 추가 관세 부과 방침보다, 비용 압박을 받아온 기업들 부담이 줄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7.62포인트(0.69%) 오른 6909.5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03.34포인트(0.9%) 상승한 2만2886.07을 각각 기록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4.01%)과 아마존(2.59%) 등 월가 대형주들도 상승했다.
미 국채 금리는 10년물이 4.09%, 30년물이 4.73%를 각각 기록하며 전일보다 상승(채권 가격 하락) 마감했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은 1.67% 올라 트로이온스당 5080.90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관세율이 널뛰는 불확실성 속에 국제 금융시장 긴장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 발표된 ‘미국 연방대법원 IEEPA 관세 판결의 주요 내용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는 “기존의 보호무역 장벽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렵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를 완전히 저지하지는 못해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금융센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안 법률을 총동원하더라도 미국의 대외 협상 레버리지가 이전보다 약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무역법 122조 등은 선행 조사가 필요하거나 적용 기간 등에 제한이 있어, 지정학적 갈등 시 신속하게 관세로 압박하던 기존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당장 실효 관세율 변동에 따른 혼란과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 주요 세입원이던 관세 수입이 줄어드는 데다, 기존 징수한 IEEPA 관세 환급 절차까지 진행되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관세 환급까지 포함할 경우 2026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6.6%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