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한우 할인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가축 전염병이 소·돼지·닭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로 번지면서 밥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더해 구제역이 서울 인근까지 확산되면서 쇠고기·삼겹살·달걀이 일제히 치솟는 ‘먹거리 3중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2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 주요 축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최고 12%가량 올랐다. 상승 폭이 가장 큰 품목은 소고기다. 사육 두수가 감소하는 추세 속에 구제역까지 겹치면서 한우 안심은 지난 21일 기준 100g당 1만4016원으로 1년 전(1만2869원)보다 9% 상승했다. 등심과 양지는 같은 기간 9.4%, 11.6% 올랐다.

인천 강화군에 이어 경기 고양시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은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발생 농가가 모두 한우 농장인 만큼 소고깃값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일 경기 평택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고병원성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해 방역당국이 통제 및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달걀 한 판 8000원 육박

달걀값도 심상치 않다. 고병원성 AI가 확산되면서 특란 10구 가격은 1년 전보다 20% 이상(3253→3949원) 올랐고, 30구짜리 한 판은 전국 최고가 기준 8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19일 경북 봉화군 산란계 농장(10만4000마리)과 전남 구례군 육용 오리 농장(2만9000마리)에서도 잇따라 고병원성 AI(H5N1형)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번 겨울 고병원성 AI 발생 건수는 총 46건에 달한다. 국내에 철새 133만마리가 여전히 머물고 있어 추가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돼지고기도 오름세다. 삼겹살 가격은 1년 전보다 6%가량(100g당 2576→2725원) 올랐다. 경기 화성시에서 올해 16번째 ASF가 발생한 데 이어 인접한 평택시 양돈 농장(830마리 사육)에서도 추가 확진이 나오면서 이 일대 양돈 농가가 초비상에 걸렸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화성·용인·평택 등 인접 5개 시·군에 24시간 일시 이동 중지(스탠드 스틸) 명령을 내리고 전면 소독에 들어갔다. 전국 5300여 곳 돼지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가 진행 중이며, 살처분 범위가 넓어질 경우 도매 가격 상승 등 시장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이 고비”… 정부 총력 방역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주를 축산 방역과 물가의 분수령으로 보고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지난 설 연휴 이후 사람과 차량 이동이 늘면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고병원성 AI 발생 농장의 가금류를 긴급 살처분하고 주요 도로와 축사 인근을 중심으로 집중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등지의 구제역 발생 농가도 한우 살처분에 나섰다.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ASF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농가 단위의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 및 지방정부는 신속한 살처분, 정밀 검사, 집중 소독 등 방역 조치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또 양돈 농가들에 농장 종사자 모임 금지를 비롯해 불법 수입 축산물 농장 내 반입·보관 금지 등 행정명령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했다.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축산 농가는 꼼꼼한 백신 접종과 함께 농장 내외부 소독, 축사 출입 시 소독 및 장화 갈아신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국 집중 소독의 날 운영과 유통망 점검을 병행해, 가축 전염병에 대한 불안이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