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의 임기와 임금 등을 정리한 ‘플럼북(Plum Book)’ 발간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플럼북은 대통령 인사권 범위를 규정하고, 임용된 공직자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취지로 미국에서 처음 발간됐다. 각 직위의 자격 요건과 임명 절차를 명시해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9일 문 연 ‘국정과제 대국민 플랫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판 플럼북을 발간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홈페이지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실적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기 위해 개설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플럼북의 발간 시기와 구체적인 구성 항목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재경부는 플럼북에 공공기관장의 임명권자와 임기, 임금 수준 등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플럼북 발간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과 관련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과 주요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켜 정책의 일관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기 직전 공공기관장을 임명하는 이른바 ‘알박기’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임명 가능한 공공기관장이 누구인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1952년 선출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정부가 플럼북을 처음 발간했다. 당시 20년 만에 민주당 정부에서 공화당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아이젠하워가 본인이 임명할 수 있는 직위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플럼북을 만들었다고 한다. 플럼북이란 이름은 표지가 자두색(plum)이어서 붙었다고 한다. 알짜배기 직책(plum position)과 관련한 문서라는 뜻도 있다.
미국은 플럼북으로 신임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시작하는 백악관 참모, 연방정부 장관, 공공기관장 등 9000여개의 주요 직위를 공개한다. 이들의 직함, 소속 부처, 보수 등도 포함된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플럼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 달 후인 2024년 12월에 나왔다. 분량은 222쪽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기관장에 있어선 임기가 없다. 이 때문에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플럼북을 참고해 새로운 기관장을 임명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3~2007년 중앙인사위원회(현 인사혁신처)가 5차례 국가 주요 직위 명부록을 발간했다. 또 2013년부터는 인사혁신처가 4급 이상 공무원의 직위와 직급, 담당 업무 등을 온라인에 상·하반기에 공개한다. 그러나 관련 법률 근거를 마련해보다 종합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장 임기가 법에서 3년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대통령 임기와 맞추기보단 업무 역량을 고려해 중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