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9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음에도 불구하고, 보유 주식의 가치는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75% 넘게 폭등한 덕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1326조 8000억원으로 2024년 말(673조 7000억원) 보다 96.9% 급증했다.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 역시 27.0%에서 30.8%로 1년 새 3.8%포인트 확대됐다.
◇ 순매도에도 평가액 급증한 ‘기현상’
이처럼 수치상으로는 보유액이 폭증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떠나는 추세다. 작년 한 해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총 9조 2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그럼에도 보유액이 급증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전기·전자 업종이 작년 한 해 128% 상승하며 외국인들의 자산 가치를 덩달아 끌어올린 데 따른 영향이다.
국적별로는 미국 투자자의 보유액은 546조 원으로 전년 대비 100.6% 증가하며 전체 외국인 보유액의 41.2%를 차지하며, 미국계 자금의 쏠림이 두드러졌다. 반면 영국(-8조 1000억원), 싱가포르(-7조 2000억원) 등은 차익 실현을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 외신 “한국, 달러 환산 수익률 세계 최고”
한국 증시의 이례적인 성과는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미국 투자 매체 핀비즈는 지난달 28일 자 보도에서 JP모건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달러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작년 한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거의 101%에 달했다”며 “한국은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주식시장(World’s Top Performer)”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성과가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반도체 실적 개선이 맞물린 결과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가 여전한 만큼, 평가액 증가만으로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주가 상승에 따른 착시 효과일 수 있다”며 “진정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주주 환원 정책과 실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