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케빈 워시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차기 의장에 지명된 후 향후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후폭풍이 계속해서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여기에 AI(인공지능) 붐에 대한 의구심이 금융시장에 퍼지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테크주와 반도체주, 그리고 코인이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6일 국내 금융 시장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1억원 선 아래로 떨어졌고, 코스피는 오전 한때 5% 이상 폭락세를 보여 4900선이 무너졌다가 5000대를 회복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전문가들은 “주식이나 코인 시장에 몰려 있던 투기성 자금이 서서히 빠지며 국내외 금융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1억원 대 깨진 비트코인

◇투기성 자금, 코인부터 빠져나가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코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1억706만원)보다 17%가량 폭락한 8900만원에 거래됐다. 2024년 10월 15일 이후 가장 낮았다. 비트코인이 1억원 선 아래로 내려온 건 2024년 11월 이후 15개월 만의 일이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코인 대통령이 되겠다”며 선거에 뛰어들자 서서히 오르다 당선 후 급등세를 탔다. 국내에선 2024년 11월 이후 1억원대에서 움직이며 1억7986만원으로 고점을 찍기도 했다.

그래픽=백형선

이날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 수준인 6만7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9만달러에 육박했는데, 3만달러 가까이 수직 낙하했다.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은 위험 자산을 피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과거 양적 완화(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 등에 반대했던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연준 의장에 지명되자, 혹시나 금리 인하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통상 돈줄을 조이면 위험 자산 가격부터 떨어진다. 미국 모닝스타는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 돈을 묻어두기를 원치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 남성이 비트코인 로고가 표시된 화면 앞에서 하락세를 나타내는 시세 그래프가 담긴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여기에 상승장에서 몰려들었던 레버리지(대출을 지렛대 삼아 투자) 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점도 악재다. 지난해 10월에는 전 세계 코인 시장에서 한꺼번에 약 190억달러(약 28조원)의 레버리지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이때 비트코인 가격은 단 한시간 만에 13%나 폭락하기도 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투기성 자금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각종 비관론이 퍼지면서, 코인 시장에 쓰여졌던 한편의 대서사가 끝나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요 인사들이 코인 비관론을 펴는 영향도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현재 가상 자산 업계 상황을 ‘아포칼립스(종말)’로 규정했다. 그는 “가상 화폐가 금융의 미래를 혁신할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며 “돈과 결제 시스템의 변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 사이언 자산 운용 대표도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은 막대한 가치 파괴로 이어지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로고.

◇코스피는 롤러코스터 장세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 지수가 한때 4900선이 붕괴됐다. 오전 한때 프로그램 매매가 일시 중단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앞서 뉴욕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나스닥(-1.59%) 등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낙폭을 줄이며 1.44% 하락한 5089.14에 마감해 5000선은 지켰다.

코스피는 최근 들어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극심한 변동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5.26% 폭락하며 5000선 아래로 내려갔지만, 다음 날 6.84% 폭등했다. 또 지난 5일에는 다시 3.86% 급락하는 등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장기 투자 성격의 자금보다는 단기 차익 실현을 노린 이른바 ‘핫머니’ 비율이 크게 늘면서,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