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고공 행진하던 비트코인이 15개월 만에 원화 기준 1억 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시세의 낙폭이 커지면서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진 것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6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5분 비트코인은 전날 보다 13% 가량 폭락한 개당 938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이 붕괴된 것은 것은 지난 2024년 11월 6일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미 대선 이후 급등세를 타며 1억 원을 돌파한 뒤, 꾸준히 1억원 위에서 거래돼 왔다.

​글로벌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이날 오전 5시55분쯤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국제 시세는 6만 2470달러 수준까지 밀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60원대로 올라서는 등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달러 기준 가격 자체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원화 가격이 1억원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한국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비싼 상황)은 약 1.5%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미국에서 사는 것 보다 약 1.5% 비싸다는 얘기다. 다만 작년 2월 김치프리미엄이 8~10%였던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상황이다. 당시만 해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에 대한 지원을 예고하며 막 취임했던 터라,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해외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美 국채 금리 상승, 코인 시장 덮쳐

​이번 하락은 미국과 한국의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

케반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지명자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이자 수익이 없는 가상자산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는 “안전자산인 국채가 연 3~4%대 수익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코인 시장에 자금을 묶어둘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캇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미국 하원 밖에서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비트코인 발언도 하락을 부추겼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 4일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비트코인 매입을 지시하거나 세금을 투입할 수 있느냐”는 브래드 셔먼 의원의 질의에 “정부가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거나 ‘구제금융(bail out)’을 집행할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나는 재무장관으로서,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 의장으로서 그러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 했다.

◇루비니 “코인 시장은 아포칼립스, 트럼프 탓”

또 월가에서는 가상화폐를 둘러싼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는 현재의 가상화폐 업계 상황을 ‘아포칼립스(종말)’로 규정하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가상화폐 정책이 위기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금융의 미래를 혁신할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 돈과 결제 시스템의 변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5월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닥터둠 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영화 ‘빅쇼트’ 주인공의 모델로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 사이언 자산 운용 대표도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은 막대한 가치 파괴로 이어지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인 시장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하다고 조언한다. 금리와 환율 등 대외 변수가 안정되지 않는 한 추세 전환은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