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이모(59)씨는 두 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올해 서른인 장남은 2년 전 중소기업에 들어갔지만 세금을 뗀 월급이 300만원이 채 안 된다. 차남은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해 대학원에 갔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돈이 월 50만원 남짓이다. 두 아들의 소득을 합쳐도 이씨가 한 달에 혼자 버는 돈인 세후 1300만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씨는 밖에 나가 따로 사는 두 아들의 월세 140만원도 내주고 있다.

이씨는 “25년 전 내 초봉이 3000만원쯤 됐는데, 아직도 그 수준에서 크게 오른 것 같지 않다”며 “곧 은퇴인데 자녀들 독립은 어떻게 지원할지 큰 걱정”이라고 했다. 이씨는 1991년 입사 후 조기 퇴직한 아버지를 부양했다. 경비원이었던 아버지에게 매달 30만원씩 용돈도 드렸다. 이씨는 “그때는 부모를 부양하는 게 당연한 자식의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하지만 2026년 현재,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부모를 모셨던 기성세대가 이제는 다 큰 자녀까지 부양해야 하는 처지다. 저성장으로 자녀 세대 소득이 정체되면서 경제적 독립 시기가 크게 늦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중장년 세대는 연공 서열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임금을 차근차근 늘리며 청년층과 소득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소득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가 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8년 새 2배나 벌어진 세대 간 소득 격차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 간 임금 격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급여나 처우가 괜찮은 신규 일자리가 많았던 데다 60세 정년 의무화 전이어서 실직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40·50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정년 연장이 본격화하면서 실질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4일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본지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30대와 40·50대의 실질 임금 격차는 2016~2024년 사이 13%에서 26%로 2배나 커졌다. 같은 기간 두 세대의 실질 임금 격차는 563만원에서 1223만원이 됐다. 저성장발 취업난과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노동시장 이중 구조 등이 맞물린 결과로 앞으로 이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30대의 고용 불안도 더 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2%로, 40·50대(29%)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특히 오래 일할수록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가 세대 간 소득 격차를 키우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은 신입 직원의 약 2.95배(2020년 기준)에 달한다. 반면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이 비율이 1.6~1.7배 수준이다. 유럽 선진국이 세계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시간이 가면 월급이 오르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한 번 입사하면 직무 숙련도와 상관없이 ‘버티면 오르는’ 구조”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청년들이 발버둥 쳐도 기성세대와 소득 격차를 줄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저성장의 청구서, 2030이 독박 썼다

전문가들은 연공서열제라는 제도적 요인 밑바닥에는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저성장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 임원 이씨가 입사했던 1990년대 한국 성장률은 6~10%를 오갔다. 기업은 매년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대거 뽑고 임금도 두둑이 올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성장률은 3년째 1~2% 사이에 머물러 있다. 성장판이 닫히자 세대 간 소득 격차가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성장 파이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기성세대의 몫은 지키고, 청년세대의 몫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서 기업들은 재직자의 고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신입 초임을 억제하는 손쉬운 선택을 해왔다”며 “성장 둔화가 청년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어렵게 진입해도 낮은 임금에 머물게 하는 ‘이중 형벌’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